그린스펀 "유로존 균열 심화…美에도 타격"
2011-08-24 18:15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의장(사진)은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내의 '균열'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경제의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혁신국가포럼(INF)'에서 "유로존이 와해되고 있으며 이는 유럽의 금융시스템에 상당한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유로 표시 채권에 대한 신뢰 결여는 유로존 은행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유로국 채권들은 기존엔 이상적인 담보로 여겨졌지만, 이젠 신뢰성에 대한 의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재정위기국 내 은행들을 상대로 무제한 대출을 실시하는 등 긴급 조치를 취해왔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문제는 유로존 내에서 각국의 경제와 상황 분석 및 은행 부문의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정부역할, 소비자 지출, 인플레이션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17개 회원국들에 매우 중요한 이슈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이날 포럼의 질의응답 시간에 "유로화의 붕괴 가능성도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명백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미 경제전망과 관련해 "나는 많은 이들에 비해 미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경기 둔화가 불확실성의 수준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더블딥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틀림없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미 경제성장률은 0.4%를 기록,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분기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그린스펀은 이달 초 NBC와의 회견에서 "더블딥 여부는 미국이 아니라 유럽에 달려있다"며 "최근 경제지표에서 보듯 미 경제는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이는 더블딥이 아니라 성장 둔화"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린스펀은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는 금값의 거품 논란에 대해 "금은 여타 상품과 달리 그 자체가 화폐"라면서 "거품이 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금 수요 증가 원인의 대부분은 귀금속으로서의 수요 때문이 아니다"면서 "금 수요 확대는 왜곡된 것처럼 보이는 법정화폐(Fiat Money·종이돈)에서 탈출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린스펀은 지난 1987년부터 2006년까지 Fed 의장을 맡았다. 이후 그린스펀어소시에이츠라는 컨설팅업체를 창립하면서 도이체방크, 핌코, 헤지펀드 폴슨앤드코의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