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甲' 대기업 SI업체 중심 '하청사슬'부터 끊어라
2011-08-24 09:55
<상> 소프트웨어 ‘성장암초’ 부터 걷어라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산업이 제대도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대기업 중심의 하청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내는 주장이다.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관행을 바로잡아야 소프트웨어가 성장할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최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가장 큰 분야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로 이 사업을 따내려면 반드시 삼성SDS·LG CNS·SK C&C 등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을 거쳐야 한다"며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가 대기업 SI 업체들의 하청산업화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기업 SI 업체들은 하청업체에 최대한 비용을 전가하는 형태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제대로 성장할 수가 없다"며 "중소기업 경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대기업과의 관계"라고 꼬집었다.
방석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도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이 지금처럼 대기업 SI 업체에 하청구조로 묶여 있어서는 성장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실제 IT서비스 시장에서 수직적 하청구조의 문제점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병폐를 얘기할 때 반드시 지적되는 문제점 중 하나는 '고객→대기업 SI 업체→하청업체→재하청업체'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다.
예를 들어 갑이 1000원으로 발주하면, 을이 800원으로 수주하고, 병은 다시 600원에 받아서 정에게 400원에 일을 맡긴다.
즉 이러한 구조는 1000원짜리 사업을 실행하는 정은 400원에 원가를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결국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의 경영 악화로 이어져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의 경시 풍조까지 조장하게 된다.
야근과 과로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적절한 대우조차 받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구조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한 중견 소프트웨어 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자본력에서 밀리는 대다수 중견 소프트웨어 업체는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해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하기도 힘들다"며 "이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과도 직결돼 이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기업의 1차 하도급 업체에 포함되는 중견 소프트웨어 회사는 250개 정도. 이들이 사업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는 그 아래에 있는 다중 하도급 구조의 기업들로 하여금 다중 하청구조를 단순화하는 게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업체로 들어오는 진입장벽을 없애고 공정화·투명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를 분리 발주하고, 공공 발주량의 일정 비율을 중소기업에 의무적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태근 의원(한나라당·성북갑)은 시장 장악력을 확보한 대기업 계열 SI 업체들이 공공 소프트웨어 발주 시장을 대거 잠식함으로써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된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공공 소프트웨어 발주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여러 전문가가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소프트웨어 진흥법도 개정했지만 아직도 잘못된 발주 관행은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된 자료에서 분리발주 사업 대상 285개 중 분리발주제도를 준수한 사업은 170개이고, 미분리된 발주사업은 115개로 분리발주 준수율은 59.6%로 집계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분리발주를 준수한 사업 170개 안에서도 실제로 분리발주를 적용한 사업은 94개 사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76개 사업의 경우 예외사유를 적용해 일괄 발주한 사업들이라는 것이다.
결국 제대로 분리발주가 적용된 사례는 단 94개로 33%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자료 : 한국ID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