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지급식펀드 급락장서 원금 까먹었다

2011-08-18 11:05



(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노후대책 수단으로 인기를 모았던 월지급식펀드가 이달 급락장에서 평균 3% 손실을 내면서 원금 훼손 우려를 낳고 있다.

성과가 가장 양호한 경우도 수익률 0.5% 남짓으로 월 분배금을 지급할 만큼 수익을 올린 상품은 1개도 없었다.

18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출시된 18개 월지급식펀드는 이달 들어 전일까지 3.75% 손실을 기록했다.

월지급식펀드는 달마다 원금 0.5~0.7%를 투자자에게 분배금으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연간으로 봤을 때 6.0~8.4% 정도 수익을 올려야 원금이 유지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미국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우려에 따른 증시 하락으로 월지급식펀드가 손실을 내면서 원금을 깨서 월 분배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품도 나올 수 있게 됐다.

칸서스자산운용 '칸서스뫼비우스200인덱스증권투자신탁 1(주식-파생형)Class A 2'는 이달 들어 -12.64%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가장 큰 손실을 보였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10.44%로 올해 들어 지급한 분배금이 원금 일부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설정액 3300억원 이상인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라이프플랜월지급식증권자투자신탁 1[주식혼합](C)' 또한 마찬가지다.

이달 들어 4.16% 손실을 냈을 뿐 아니라 연초 이후로도 3.94%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10년 8월 설정 이후 수익률 또한 2.06%인 데 비해 월 분배금은 0.7% 수준인 만큼 원금 훼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됐다.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 '프랭클린템플턴월지급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CLASS A'는 4% 이상 손실을 냈다.

가장 양호한 성과를 보인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현대베스트월지급식증권투자신탁 1[채권]C-F'는 이달 들어 수익률 0.54%를 기록했다. 이 펀드를 합친 모든 월지급식펀드가 이달 수익만으로는 분배금을 줄 수 없었다.

월지급식펀드는 목돈을 맡기고 일정 금액을 월급처럼 받는 상품이다.

1960년 전후 태어난 베이비 부머 세대가 한꺼번에 은퇴하면서 월지급식펀드는 큰 인기를 모았다. 연금이나 보험처럼 나이 제한이 없고 가입한 다음달부터 바로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됐다.

월지급식펀드는 올해만 5800억원어치 가까이 팔렸다. 전체 설정액 7201억원 가운데 80% 이상에 해당됐다.

업계 관계자는 "손실을 내더라도 월지급식펀드는 투자자에게 분배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이런 경우 원금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품 성격상 수익을 못 내면 원금을 까먹는 구조"라며 "인기에 가려졌던 위험이 이번 급락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월 분배금이 얼마인지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성을 따져 투자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무조건 분배금을 많이 주는 펀드보다는 어디에 투자하는지, 어떤 위험을 가졌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