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지각변동 전망은?
2011-08-17 18:11
(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글로벌 환율전쟁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달러화를 중심으로 한 기축통화의 몰락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스위스프랑화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그림자통화(대체통화, Shadow currency)'의 가치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 국가신용위기를 계기로 각국의 통화 가치 및 위상이 크게 뒤바뀌는 등 글로벌 금융환경에 대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미·유럽 위기 속 기축통화 변화하나?
그리스 채무불이행으로 촉발된 유로존의 재정위기와 미국 채무상한 협상 과정에서 스위스프랑과 호주달러, 캐나다달러는 사상 유례없는 가치상승을 경험했다.
앞서 미국-독일-중국(G3)의 통화에 집중돼 온 외환 투자자의 관심이 이른바 ‘그림자 통화 3강(S3)'인 스위스프랑과 호주달러, 캐나다달러로 옮겨진 것이다.
이는 기축통화의 주인공인 미·중·유럽의 상황이 나빠지면서 안전 자산을 찾는 대안 통화로서 3S가 급부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S3가 무역 비중에서 G3와 상당히 연계돼 있는 점이 이들의 부상을 이끄는 요인이 됐다.
실제로 캐나다의 경우 수출의 4분의 3이 미국행이며 스위스는 수출의 4분의1이 독일에 집중돼 있다. 호주도 중국 수출 비중이 커 그간 중국의 고속 성장으로 인한 부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들 S3 통화는 G3 국가와 경제적으로 깊이 연계돼 있어 사용하기에 큰 불편이 없는데다 양호한 경제펀더멘탈을 바탕으로 안전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3S 통화의 부각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던 달러체제의 몰락을 예고하는 서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미국의 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금융시장 영향력에 대해 ‘화폐 전쟁’의 저자인 쑹훙빙(宋鴻兵) 환추(環球)재경연구원 원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미 신용하락이 모든 국가에 경종을 울린만큼 많은 국가가 외환보유액의 다원화를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국이 외환보유를 위해 투자하는 화폐에서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 달러화의 강한 영향권 하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13년만에 금을 매입했으며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달러체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져 있다는 사실은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환율전쟁 속 아시아 화폐동맹 필요성 대두
일각에서는 유로존의 금융위기는 이미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세계 3대 채권시장인 이탈리아의 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유럽 국가의 신용위험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6일 독일과 프랑스 정부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몰고온 유럽 재정위기를 해소할 방안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로채권 발행 문제에 대해 시기상조임을 강조하며 유보한 것은 부채 상한 합의 난항으로 신용등급 하락을 초래한 미국의 사례를 그대로 답습할 전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이날 유로채권의 불발로 유로화가 달러 대비 0.2% 하락했다는 사실은 환율시장의 부정적인 반응을 반영하고 있다.
미 채권과 달러화의 최대 보유국인 중국의 입장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여느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이번 미국의 신용하락 등의 위기로 막대한 자산상의 손해를 입으면서 달러화의 신뢰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달러화를 보유를 자제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위안화의 국제화와 함께 기축통화로서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빼앗길 수 없는 기득권인 제1 기축통화의 지위를 지키려는 미국과 유럽의 가세 속에서 제3의 화폐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때문에 쑹훙빙(宋鴻兵) 원장은 장기적으로 중국이 달러화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 화폐동맹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장기적 '탈달러' 전략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한국의 딜레마를 중국 중심의 수출경제 속에서 정치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구조적 모순에서 찾고 있다.
특히 달러화 위주의 외환정책과 그에 따른 불안정성은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자생적 면역력을 갖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외환위기 이후 2008년 금융위기와 최근의 환율 급등락세는 모두 미국 경제의 불안과 맞닿아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미 국채 위주의 외환보유 정책에서 벗어나 13년 만에 금 보유량을 확대한 것은 이 같은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첫걸음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쑹훙빙(宋鴻兵) 원장은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쑹 원장은 유럽 국가들이 달러화의 영향력을 벗어나고자 유로화를 만들었던 것처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궁극적으로 단일화된 통일화폐를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달러가치 하락과 그로 인한 유럽 각국의 화폐가치 상승으로 엄청난 혼란을 겪은 뒤 유로존이 탄생한 것처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이익동맹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