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이 점령한 서울의 밤거리-下> 노숙인 문제 정부가 적극적 해결책 내놔야

2011-08-17 15:44
쉼터 많지만, 입소 꺼려…체계적 자활 대책 미흡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서울시내 주요 시설물의 노숙인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중앙정부는 물론 서울시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간혹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거의 없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오는 22일부터 서울역사내에서 노숙인들의 취침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최근 밝히면서 노숙인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은 노숙인들의 역사 내 취침만 금지한다는 방침일 뿐 이들에 대한 후속적인 조치는 세우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서울시가 수백명에 달하는 이들에 대한 보호책임을 떠안은 셈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올인한 나머지 오는 22일 서울역사에서 내몰릴 노숙인에 대한 대책은 속수무책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코레일의 '안전하고 편리한 서울역 되찾기 사업'을 계기로 노숙인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 국민인 이들을 정부와 지자체가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9일부터 노숙인 인권 실태조사를 시작한 국가인권위원회 침해조사과 이성택 사무관은 “노숙인들이 서울역사 내에서 자는 것도, 이들을 무작정 방치하는 것도 모두 옳지 않다”며 “자발적인 재활을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책임이 큰 서울시는 노숙인 문제에 소극적이다. 시의 노숙인 지원 예산은 연간 약 280억여원. 이중 대부분은 서울시 내 위치한 45여곳의 쉼터에 지원된다.

서울시 복지건강본부 이우룡 자활정책팀장은 "서울시에서 파악된 2800여명의 노숙인들 중 300~40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쉽터에서 생활하며, 의료비 등 쉼터 운영이 예산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쉼터 같은 보호시설 자체가 노숙인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숙인과 빈곤층의 자활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해보자모임의 박철수 팀장은 “노숙인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밥을 먹여주는 것은 이들의 재활의지를 잃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다수의 거리노숙인들은 보호시설 입소 자체를 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서울시가 서울역 노숙인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1%가 단체생활과 엄격한 생활규칙 때문에 시설입소를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을 시설로 유도하고 자발적인 재활을 이끌기 위한 대책도 충분하지 않았다. 서울시측에 따르면 정신보건센터와 연계해 상담을 통한 자발적 시설입소를 유도하지만 마땅한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쉼터에 투입되는 예산이 ‘눈먼 돈’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노숙인 지원단체 관계자는 “IMF 이후로 노숙인들을 수단으로 삼는 일명 ‘눈물 장사’가 흥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숙인들을 ‘노숙인’으로 규정짓지 말고 사회 구성원으로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철수 팀장은 “노숙인이나 극빈층을 위해 지금의 매입임대주택사업 같은 임대사업을 확장해 주거안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내년 6월 8일부터 정부의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 상황은 좀 더 나아질 전망이다. 국가와 지자체가 노숙인에게 주거와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법안에 따르면 노숙인 시설에 일시보호·자활·재활·요양·급식·진료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다양화 했다. 시설에는 노숙인을 방임하거나 이들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금지시키는 등 노숙인 인권보호를 강화했다.

보건복지부 민생안정과 관계자는 “법안 시행을 위해 현재 시설체계 개편, 관련 제도 정비 등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