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모토로라모바일 합병…승자와 패자는?

2011-08-16 13:13
구글, 휴대전화 제조 본격 착수<br/>애플 등과 특허戰에도 큰 도움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구글이 미국 휴대전화 제조업체 모토로라모빌리티를 현금 125억 달러(약 13조5125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기존 휴대폰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는 구글이 직접 스마트폰 제조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스마트폰을 비롯한 세계 휴대전화 산업의 판도를 급격하게 바꿔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양사는 15일(현지시간) 구글이 모토로라모빌리티 주식을 지난 12일자 종가에 6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40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 양사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모토로라모빌리티는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등 모바일 부문이 지난 1월 분사돼 만들어진 회사로, 지난 5월 현재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약 2.6%, 미국 휴대전화 시장의 약 15.1%를 차지하고 있다.

모토로라는 지난 1973년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를 개발한 업체로 다수의 휴대전화 관련 특허를 갖고 있어 최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특허 공세로 어려움을 겪던 구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OS) 사업을 하고 있는 구글의 인수건에 대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면서 "이는 구글이 MS와 애플 등 관련사와 경쟁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특허 무기고'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부분적으로는 HTC, 삼성, 여타 핸드폰 제조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급진적으로 기존과 다른 판도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도 그 이유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시장에서는 핀란드 휴대전화제조업체 노키아와 블랙베리 제조업체인 리서치인모션(RIM)의 주가가 9% 이상 급등하는 등 구글의 모토로라 휴대전화부문 인수 소식에 따른 '승자와 패자'에 벌써부터 주목하는 분위기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미 자사 휴대전화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이미 갖고 있는 RIM과 MS는 기존 안드로이드OS 기반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이탈한다는 전제하에 이번 인수의 '잠재적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인수 후에도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개별 사업부문으로 분리해서 경영하면 충분히 안드로이드의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파트너들이 만드는 구글 넥서스폰도 모토로라와 소위 '파이어월(firewall ·방화벽)을 쳐서 업데이트를 타사보다 모토로라에게 먼저 주는 식의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 제조업체 중 일부가 이탈하면서 안드로이드의 대체제로서 MS 운영체제 기반 휴대전화가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자 이런 우려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MS는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특허권을 두고 갈등의 소지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MS에 대한 영향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케이블TV업체들은 셋톱박스를 만드는 모토로라 사업을 통해 유료TV의 최대 공급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구글이 셋톱박스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제하에 수혜가 기대된다.

반면 애플에 대해서는 별다른 충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 노키아 주가급등과 관련 로이터는 일부에서는 노키아가 다음 번 인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루머가 다시 돌아 반사익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키아는 일단 올해 초 기존 개발중이던 OS인 '미고(Meego)'를 버리고 MS의 윈도우OS를 채택하기로 했다. 새로운 OS 기반폰으로 올 후반에는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