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확산, 캐리트레이드 기승 우려감
2011-08-11 15:27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사실상 제로금리를 유지해 온 미국이 향후 2년간 이를 동결키로 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신흥국들로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밀려들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금융시장 패닉으로 달러화가 다시 안전자산 대우를 받으며 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달러 약세가 추세적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른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벌어질 개연성이 크다.
◆ 달러 캐리 트레이드 '신흥국으로~'
오랜 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한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 외환투자자)이 개인외환거래를 통해 세계 고금리 국가 자산에 투자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달러로 재연될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강판석 우리선물 외환연구원은 “미국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과거 엔화처럼 캐리 트레이드 통화로서 위상을 확고히 굳히게 됐다”며 “경제 펀더멘털이 좋고 금리가 어느 정도 높으며 외국 자본에 문호가 개방된 우리나라 같은 나라가 캐리 트레이드의 목표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재정위기로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하는 등 금리인하의 위험성이 커진 가운데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 미국 국고채 금리(2년물 기준)가 연 0.2%에 불과한 상황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0일 현재 3.45%인 우리나라는 매력적인 투자처임이 분명하다.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 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시장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향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제금융센터 관계자는 "7월말 현재 외국인들의 국내채권 투자비중은 7.2%로 다른 신흥국 대비 높지 않은 점도 원화채권 투자를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급격한 청산…금융·실물시장 요동
개방경제하에서 유동성이 크게 줄어든 달러 자금 국내 유입이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격히 청산될 때에는 외환 등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은행의 국내지점(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 등 3단계에 걸친 자본유출입 제어장치를 마련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부활 등으로 올 1월 73조9000억원까지 하락했던 원화 상장채권 보유잔액은 2일 현재 84조5000원까지 상승했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금융팀장은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격히 청산될 경우 국채 및 회사채 조달금리를 키워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미국, 유럽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경제펀더멘털이 양호한 신흥국으로의 급격한 자급유입은 인플레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허 팀장은 "아직은 국내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에서 거품이 끼어 있는 상태는 아니다"면서 "그러나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 기대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