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국내 건설·부동산 “독일까, 약일까”
2011-08-10 15:54
(아주경제 정수영·이정은 기자)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연일 증시가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파장이 악재냐 호재냐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마다 달라, 부동산 시장은 3년만에 재연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력을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대형건설사들도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및 글로벌 금융위기가 향후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사태파악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 부동산 "위기가 기회 될 수도"
부동산 전문가들과 건설업계는 일단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부동산시장 매수심리 위축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현재 나타나는 증시하락이 장기적인 금융 불안을 유도할 경우 부동산 매수를 비롯한 전반적 투자심리 위축, 관망세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부동산이 직격탄을 맞았던 기억을 회상하며 당시 상황을 재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동산써브 박정욱 연구원은 “2008년 9월 금융위기 직후 3개월간 강남3구의 시각총액은 7%나 빠졌었다”며 “최근 세계 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폭락하면서 당시와 유사한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대체 투자처를 물색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에 유입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주식시장과 증권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안전성을 위주로 하는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 건설사 '해외수주 줄까' 전전긍긍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미국발 악재에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각국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고, 원·달러 환율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국내 건설사들이 건설경기 침체 상황속에서 해외수주 비중을 늘리기 시작해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일단 단기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유럽의 채무 증가 때문인 만큼 사실상 중동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는 대부분 중동지역 플랜트쪽으로 치우쳐 있어 유가만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위기가 단기쇼크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미미할 수 있지만 금융위기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해외건설 수주도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유가 하락으로 인한 신규발주 감소 등 건설경기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공사와 신규수주 두 부분 모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위원은 "원화강세, 달러약세 기조에서는 국내 건설사가 받는 수주금액이 원화절상으로 사실상 줄어들게 되고, 인플레이션으로 자재원가도 상승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기가 침체되면 환율상승으로 유가 하락이 뒤를 잇는데 원유 수입이 감소되면 중동지역 신규 발주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