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정 ‘양호’ 하지만 잠재위험 대비해야"

2011-08-10 06:43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계기로 정부도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결국 국가채무에도 영향을 끼쳐,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4%로 안정권이다. 외환 보유액도 3100억 달러(7월말 기준) 규모로 2008년 말 2012억달러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국제기구도 한국의 신용등급은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을 호주와 칠레, 핀란드, 스웨덴, 스위스 등과 함께 가장 양호한 그룹에 포함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선진국은 재정적자를 예상하는 반면 한국은 GDP대비 2.2% 흑자를 전망했다.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안전할 것이란 의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시각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지난 2000년 이후 빠르게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들어섰다. 앞으로 사회·복지 분야 재정지출이 급증할 것을 감안하면 재정건전성도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보험연구원은 9일 ‘저출산·고령화와 금융의 역할’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예상되는 거시경제 위험은 경제성장 둔화와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주영 산은경제 연구소 과장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한국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을 꼽았다.

박 과장은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인구감소세로 전환된다. 저출산 등으로 인구증가율이 둔화되면 잠재성장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재정수입도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저출산과 노령화로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재정수입은 감소하는 반면 노령인구 급증으로 의료서비스나 연금 지급 등 복지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도‘재정위기 방지의 유용한 수단, 재정준칙’ 보고서를 통해 2020년을 전후로 고령화 심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재정적자 와 국가채무가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 추세대로 간다면 한국의 국가채무는 2050년 GDP의 130%에 근접해 재정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조세연구원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현행 각종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노령화 등 인구변화만을 고려해도 2020년 국가채무는 GDP의 42.6%로, 2045년에는 115.1%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잠재성장률 하락과 복지 증가에 따른 국가 채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노동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관건이다. 재정한도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금정책도 일부분 조정해야 한다.

유익선 우리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공공 쪽 연금은 낸 만큼 가져가는 페이 에즈 유 고(Pay as you go)방식으로 운영하고, 기업연금은 좀더 확대해야 국가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 인구고령화로 인한 재정부담으로 인해 자칫 국가채무를 증가시킬 수 있다”며 “철저한 대비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위기나 신용강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