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부채위기 극복 위해 금융시스템 개혁해야"

2011-08-09 13:17
신평사ㆍ금융상품 규제 등 필요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9일 재정건전성만으로는 현재의 채무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며 현 금융시스템에서 나타나는 각종 문제에 대한 개혁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린 기고에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채무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에 따라 금융시장에 혼란이 발생하면서 재정 적자 감축과 재정건전성 제고 방안 등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런 위기의 핵심엔 금융시스템의 부작용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우선 금융시스템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독과점을 깨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신용평가업체는 금융위기 발발 전에 위기 징후를 제대로 포착하고 경고하지 못해 위기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았으며, 채권 등급을 평가받는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모순적인 수입구조 때문에 위험도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장 교수는 회원국들이 공동 출자한 유엔(UN) 기구처럼 객관적이고 투명한 공공의 신용평가사를 만들면 기존 신용평가업체들의 독과점 구도를 깨고 경쟁을 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국가부도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규정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부실 대출에 대해서는 채무자뿐 아니라 채권자들도 채무상환 유예와 부채 경감, 만기 연장, 금리 인하 등을 통해 부담을 지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와 함께 금융위기 이후 논란이 무성했던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명확한 규제를 도입해야 하고 각국 정부의 세수 감소 원인 중 하나인 조세 피난처에 대한 규제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올바른 재정정책이 진정한 금융개혁을 추진할 여유를 만들어 줄 수 있을 뿐이며 이런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번 위기 극복은 물론 앞으로 발생할 더 큰 위기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