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충격 파장 ‘제한적’…대미수출은 타격

2011-08-08 18:16
증시…불안심리확산 요동 채권 변함없어<br/>환율…국제공조로 시장변동성 제한 기대<br/>수출…美 소비심리 위축 수요둔화 부정적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정책당국과 관련업계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디까지 파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뜩이나 물가상승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 충격을 받으면,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이번 사태가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미국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주요 수출품목들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며 선을 그었다.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리먼사태 당시에는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주식자금과 함께 채권자금 이탈이 동시에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주식시장만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주식은 위험자산으로 보고 규모를 줄여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정비 할 필요가 있으며, 채권은 옥석을 가려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도 "증시자금 이탈이 채권자금 유입으로 일부 상쇄되고 있다"며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도 2008년과 같은 신용경색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신용등급과 채권시장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국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에 불과하다"며 "외환보유액도 외환위기 이전보다 더 많은 3100억달러 규모로 늘어 대외충격에도 3개월 정도는 거뜬히 버틸 것"이라며 말했다. 이어 "물론 한국 신용등급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에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오히려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채권시장과 관련해,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역으로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여전히 미 달러화는 안전자산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를 대체할만한 자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유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로 일본이나 스위스 자산이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본 채권시장은 규모가 작고, 중국은 매매가 쉽지않다"며 "미 국채시장을 대신할만한 상품이 없기 때문에 한국 채권도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외화 변동성이 커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도호쿠 대지진 이후, 주요 7개국(G7)이 공조를 통해 금융시장 불안을 막은 것처럼 이번에도 국제공조가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견해다.

김종수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지진으로 위기에 놓였던 일본 금융시장이 G7 공조 이후 안정을 되찾은 것처럼 일부 등락은 있을 수 있지만, 국제공조가 환율시장 변동성을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휴대전화와 자동차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들은 신용등급 하락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미국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면 소비가 위축되고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원자재 값 상승과 환율 불안 등 수출기업들은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미국의 소비심리가 주춤하게 되면 자동차와 석유화학, IT 등 수출 주도 품목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게다가 IT산업은 이미 성숙기를 넘어서면서 투자 매력이 약해져 선진국 수요도 그만큼 둔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이날 주식시장은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기도 했다.

이철희 동양종합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이 없는데도 투매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불안 조장심리가 강하기 때문"이라며 "정책당국은 불안심리를 잡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선진국 경제에 대한 컨센서스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또 한번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신용등급이 70년만에 사상 처음으로 강등된 것은 더 이상 '블랙스완'이 아니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시나리오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시각 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선진국 경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일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자본흐름이 선진국에서 신흥시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더 이상 주식은 이머징마켓 쪽에서는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은 조만간 진정될 것이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