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미수 갱단 재미교포, 강남 어학원에서 학생들 가르쳐

2011-08-08 15:35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미국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수배돼 10여 년 간 도피 생활한 갱단 출신 재미교포가 강남에서 어학원을 운영해 오다 적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8일 미국 LA 경찰국에서 1급 살인미수 혐의로 수배됐으나 신분을 세탁하고 강남에서 SAT 전문 어학원을 운영해 온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김모(33)씨를 구속했다.
 
 학력을 속이고 김씨와 함께 학원을 설립해 운영한 강모(36)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1997년 5월 경쟁 관계에 있던 멕시코계 갱단에게 권총을 발사해 1급 살인미수 혐의로 LA 경찰국에 수배됐으나 7월 한국으로 도피했다.
 
 김씨는 이듬해 친척의 도움으로 직권말소 상태인 지인의 이름으로 주민등록을 하고 여권과 운전면허증을 새로 발급받거나 수차례 갱신하면서 34차례에 걸쳐 외국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2008년 12월 영어 강사로 일하며 알게 된 강씨와 강남구 신사동에 SAT 전문 어학원을 차려놓고 미국 명문대학 출신으로 홍보하며 직접 SAT 강의를 하거나 무자격 영어 강사를 고용해 학생을 상대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어렸을 때 국외로 이주하면 행정 당국에서 본인 여부를 확인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과 간단한 신분확인 절차만 거치면 지문을 등록할 수 있어 신분세탁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렸다”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무자격 강사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한국에서는 영어만 하면 돈 벌기 쉽다’는 인식이 외국인들 사이에 팽배해 무자격 외국인 강사가 공공연히 수업을 하고 있다”며 “학원 법령과 관리ㆍ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