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휴대전화 규제 ‘제조사로 확대’ 검토

2011-08-08 07:50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전화 유통 시장의 규제 사각지대인 제조사의 불공정 행위를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단말기 유통 시장에서 이통사만 규제하면 ‘규제 공백’이 생긴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규제 영역을 제조사로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 과정에서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가 불공정행위를 벌이는지, 어떤 유형의 불공정 행위가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규제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관한 연구를 이달 착수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방통위는 오는 12월 나오는 연구 결과에 따라 단말기 유통 시장에서 제조사를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갤럭시S 2나 아이폰4 등과 같이 국내와 외국에서 모두 판매되는 단말기의 국가별 가격을 비교해 공표하는 방안을 도입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우선 우리나라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의 구조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국내 휴대전화 유통 시장은 제조사가 단말기를 직접 판매하지 않고 이동통신사가 요금제와 묶어 판매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에 이통사와 제조사가 모두 영향을 미친다는 특징이 있다.

국내 단말기의 출고가는 제조사와 이통사가 협의해 결정하며, 마케팅 비용도 이통사의 보조금과 제조사의 지원금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해진다.

이동통신사들의 가입자 확보 경쟁에서는 신규 단말기 도입 여부와 단말기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통 시장 경쟁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제조사의 영향력이 확대돼 단말기 출고가 및 마케팅비를 둘러싼 이통사와 제조사의 갈등이 새어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방통위는 이통사에 대한 규제 권한만 있고 제조사의 영역에는 관여할 수가 없어서 시장을 감시하는 데 한계를 겪고 있다. 제조사 영역이 규제 공백으로 남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이통사와 제조사의 영향력이 모두 강한 휴대전화 시장은 세계적으로 특이하기 때문에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통사는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독과점을 형성해 시장을 빈틈없이 장악하고 있고, 제조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하는 휴대전화 출고가 조사와는 별도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