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구조조정 건설사들 ‘엇갈린 운명’

2011-08-08 07:49

신일건업이 2년만에 다시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재작년 초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1차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들의 엇갈린 운명에 새삼 눈길이 쏠린다.

워크아웃에서 조기 졸업하는 등 순조롭게 경영 정상화의 길을 걷는 회사들이 있는가 하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아 다시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부도 위기까지 몰린 회사도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09년 1월 금융기관의 신용위험평가에서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됐던 1차 구조조정 건설사 11곳 중 워크아웃 졸업의 기쁨을 맛본 회사는 신일건업, 롯데기공, 경남기업, 이수건설 등 4개사다.

채권은행들의 관리하에 뼈를 깎는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벌여 온 이들 기업에 잇따라 낭보가 날아든 것은 올해 중반이다.

경남기업이 5월30일, 이수건설이 6월27일 한 달 간격을 두고 잇따라 채권단으로부터 워크아웃 졸업을 허가받았다.

1차 구조조정이 시작된 직후인 2009년 3월과 5월 롯데기공, 신일건업이 곧바로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지 2년 만의 성과였다.

경남기업은 내년 6월로 예정된 졸업 시점을 1년 이상 앞당겼고, 이수건설은 2008년 말 3천255%에 이르렀던 부채비율을 2년 만에 118%로 줄여 기업개선작업의 모범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2년 전 건설 부문을 계열사인 롯데건설에 매각하고 건설사 타이틀을 접은 롯데기공을 제외하더라도 1차 구조조정 대상의 30%가 부활에 성공한 셈이다.

이들 3사는 지난달 28일 발표된 2011년도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신일건업이 작년 92위에서 19계단 점프한 73위, 이수건설이 작년 66위에서 4계단 오른 62위, 경남기업이 작년과 같은 17위를 각각 차지하는 등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초기 졸업생인 신일건업이 단기 유동성 위기를 견디다 못해 지난달 말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내키지 않는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이 회사는 경기 수원, 강원 원주, 충남 당진 등의 주택사업에 과다한 공사비가 투입된 데다 청담동 사옥 매각작업이 지연되는 바람에 5일 채권단 협의회를 거쳐 다시 구조조정을 받기로 했다.

신일건업 외에도 대동종합건설, 월드건설, 삼능건설은 1차 구조조정 대상에 이름을 올린 이후로 상황이 더욱 나빠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바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 회사는 워크아웃 딱지가 붙고 나서 신용 문제로 보증을 받지 못해 신규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고 경영 상황이 나빠지는 악순환을 겪었다”고 전했다.

풍림산업도 지난달 27일 올해 말까지였던 워크아웃 기간을 1년 연장하고 채권단에서 1천100억원의 추가 자금을 지원받기로 하는 등 워크아웃 졸업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우림건설, 동문건설, 삼호 등 나머지 3개사는 차근차근 기업개선작업을 진행하면서 조기졸업을 꿈꾸고 있다.

이 중 경영 정상화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우림건설은 2년 동안 재건축 공사 5건을 수주하고 판교, 고양 등지에서 아파트를 순조롭게 분양했다.
우림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 이후에도 꾸준히 실적을 쌓아 조기졸업 기대감이 크다”면서도 “카자흐스탄 사업 등 해외 변수를 지켜보면서 서두르지 않고 내년 말께 조기졸업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4년 말을 기한으로 기업개선 작업 중인 동문건설은 올해 공공공사 3건을 잇달아 수주했고, 대림산업 계열사인 삼호는 ‘e-편한세상’ 브랜드로 주택사업을 꾸준히 벌이고 있지만 조기졸업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