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亞 최대 추락…대외위험에 취약
2011-08-07 09:43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지난 2~5일 한국증시가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는 나흘 동안 10.5% 폭락했다.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의 대표 지수 중 유일하게 두자릿수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대외변수에 취약한 구조를 노출한 셈이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계 금융시장 혼란에 국내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악재까지 터져 국내 경제의 불안은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 대외변수에 가장 취약”지난 1일 2172.31로 장을 마친 코스피는 2~4일 2%대의 폭으로 급락한 데 이어 5일 3.70% 폭락했다. 나흘간 무려 10% 넘게 하락하며 228.56포인트가 빠졌다.
아시아 증시에서 한국과 더불어 외국인 비중이 가장 높은 대만 증시도 하락 폭이 10%는 넘지 않았다. 대만 가권지수는 8701.38에서 7853.13로 9.75% 떨어졌다.
한국과 대만에 이어서는 홍콩 항셍지수가 7.58%,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6.67% 각각 하락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2.86% 떨어져 상대적으로 낙폭이 적었다.
국내 증시는 아시아 각국 증시가 낙폭을 줄였던 4일에도 투매에 가까운 매도세를 보였다.
국내 외환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일 달러당 1050.50으로 마감한 이후 2일부터 나흘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5일 마감 환율은 1,067.40원이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되면 한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노무라증권은 원화가 글로벌 위험회피성향 및 유로화환율의 환율민감도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사태 등으로 세계 경제에 위기에 처하면 아시아 통화 중 원화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인도네시아 루피화, 말레이시아 링깃화, 인도 루피화, 필리핀 페소화 등이 그 다음이라고 밝혔다.
유럽시장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액) 규모도 아시아 주요국 중 한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독일과 프랑스계 은행의 익스포져 규모가 가장 크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에 프랑스와 독일계 은행에서 각각 300억달러, 170억달러가 들어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양국에 대한 그 외 아시아 국가의 익스포져 규모는 싱가포르(420억달러), 중국(410억달러), 홍콩(350억) 등이었다.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투자 비중이 높은 점도 대외변수에 취약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한국 시장의 외국인 비중은 31%로, 아시아 국가 중 대만(32%)과 더불어 최고 수준이다. 그 외 싱가포르(23.7%), 태국(20.7%) 등이 20% 대였다.
◇ “外人 탈출 불가피…2008년과는 달라”지난 2008년 10월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졌을 때 국내 외환·금융 시장은 혼돈 상태로 빠져들었다. 10월16일 하루 만에 원·달러 환율이 133.5원 폭등했고, 코스피는 126.5포인트가 급락했다.
유동성 위기설이 나오면서 국가 부도 위험성을 나타내는 5년 만기 한국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브라질과 태국보다도 높은 373bp로 치솟았다. 국내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회사채와 대출금리가 상승해 기
업과 가계의 부담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 더블딥 우려와 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 위기로 요동치는 국내 금융시장을 바라보면서 2008년 리먼 사태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계 은행이 현금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계 자금 유입이 많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
국에서 먼저 자금을 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가 2009년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에 편입된 이후 유럽계 자금이 증가했고,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 다음으로 크다. 현재 위기의 근원지가 유럽이기 때문에 국내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외국인 자금이 주식과 채권시장에 1천억 달러가량 들어왔다. 이 돈이 빠져나가면서 외화유동성이 부족해지고 국내 기업들이나 금융기관에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시장의 체질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충격은 2008년보다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대외변수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꼽힌 것은 옛날 얘기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한 달을 제외하면 연중 최저치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지만 채권을 사는 것도 원화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 부장은 “2008년에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했지만 지금은 경상수지가 흑자다. 선물환포지션 한도와 외환건전성부담금 도입과 같은 선제적인 조치를 해놨기에 유달리 취약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