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개인 주식자산 38조 사라져

2011-08-07 09:42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8월 2~5일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했던 주식관련 자산 중 무려 38조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직접투자에서 개인은 더 많이 떨어지는 종목을 사서 손실을 키우고, 오르는 종목을 팔아 이익창출의 기회를 놓쳤다.

코스피가 추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은 투매에 나섰지만 한 번에 1억원 이상을 주문하는 ‘큰 손’들의 종목 사냥은 활발했다.

◇ 주식자산 38조 증발…올해 수익 다 잃어 7일 한국거래소와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5일 나흘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직접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보유주식 시가총액이 32조6천96억원 감소하고 국내와 해외 공모주식형펀드에서 6조1천536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등 개인들의 주식 관련 자산이 38조7천632억원 급감한 것으로 추산됐다.

펀드 평가손실은 지난 5일 급락분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나흘간 개인투자자가 입은 평가손실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직접투자와 관련해서는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지난 1일 기준 시가총액이 1천337조4천326억원이었으나, 나흘 뒤인 5일에는 1천199조6천94억원으로 줄었다.

이 중 작년 말 개인투자자 비중이 코스피시장 21.2%, 코스닥시장 57.9%인 점을 감안하고 이 비중이 현재까지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개인의 보유주식에서만 코스피시장 27조2천596억원, 코스닥시장 5조3천502억원의 돈이 각각 사라진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172.31에서 1,943.75로, 코스닥은 544.39에서 495.55로, 각각 229포인트, 49포인트 급락했다.

제로인이 2~4일 사흘간 집계한 공모형 국내와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가손실 규모(순자산 증감-현금 유출입)는 각각 5조1천545억원, 9천9991억원으로, 총 6조1천536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모형펀드는 주로 개인들이 투자한 펀드를 말한다.

연초 이후 지난 1일까지 직접투자를 한 개인들이 늘렸던 시가총액은 25조7천203억원을 나흘 만에 모두 까먹은 셈이다. 국내와 해외주식형펀드에서도 3조2천766억원의 평가이익이 났었지만, 이번 급락장에 순손실로 전환됐다.

물론 이 금액은 현재 평가액이어서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시장상황에 따라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다.

◇ 이번에도 거꾸로 투자한국거래소가 2일부터 5일까지 개인·기관·외국인의 순매수·순매도 상위 종목을 조사한 결과, 하락장에서 개인이 가장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개인들이 나흘간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하락률은 15.03%로, 같은 기간 기관의 8.84%, 외국인의 12.09%보다 컸다. 개인은 이 기간 현대차, 삼성전자, KB금융, 삼성중공업, 현대모비스 등을 많이 샀다.

반면, 개인이 순매도한 상위 10개 종목은 3.70% 빠지는데 그쳤다. 급락장에서 오히려 오른 롯데쇼핑이 개인 순매도 1위 종목이었고, 주가가 거의 내리지 않은 KT&G, 엔씨소프트도 순매도 상위 10개 종목에 들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도한 상위 10개 종목의 하락률은 이 기간 12.89%, 17.09%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개인은 급락장에서 더 많이 떨어지는 종목을 사서 손실을 키우고 비교적 선전한 종목을 팔아 손실을 줄일 기회를 놓친 셈이다.

개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2~4일까지는 1조8천억원 넘게 주식을 순매수하다가 5일에는 5천722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하락이 가장 거셌던 5일에 투매에 동참해 수익률을 더 악화시켰다.

이런 와중에 큰 손들은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대조를 보였다.
한꺼번에 1억원 이상을 주문한 개인 대량 주문 건수가 2일 1만3천713건을 기록한데 이어 3일에 1만2천878건, 4일에 1만4천479건, 5일에 1만7천577건으로 늘어났다. 이는 하루 평균 1만여건 정도를 기록하던 7월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다.

1만주 이상 개인 주문 건수도 3일과 5일에 2만건을 넘어섰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