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좋다던 지방마저도" 늘어난 미분양에 건설업계 당혹
2011-08-03 15:51
향후 분양 계획에도 악영향 예상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이곳에서는 지난 6월에만 약 700가구가 계약을 취소해, 사업자가 다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전국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면서, 주택 건설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뿐 아니라 분양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지방에서도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분양 계획을 점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기존 계약자가 입주를 포기한 물량이나, 건설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주는 준공후 미분양이 크게 늘면서 건설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 입주예정자 계약해지가 미분양 증가 원인
이중 한 대형 건설업체가 공급한 일산 식사동의 한 아파트는 무려 700여가구가 한꺼번에 계약을 취소했다. 시공사는 해지 물량을 대상으로 특별 분양을 진행하고 있지만 수요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지방에서는 기존 물량은 줄었지만, 최근 새롭게 분양된 단지 중에 수요자를 찾지 못해 27개월만에 미분양이 증가했다. 올 들어 공급 단지 순위내 마감을 이어갔던 부산지역 미분양도 지난 1월 3064가구에서 4월 2305가구까지 줄었다가, 5월 2671가구, 6월 2682가구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건설협회 조준현 건설진흥실장은 아직은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제하며 “그동안 분양실적이 줄면서 미분양이 감소했는데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물량이 많아지면서 공급이 과잉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청약 분위기가 좋던 지방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다시 늘어나는 신호를 보였다는 자체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며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다시 미분양이 증가 추세를 보인다면 업계도 수요와 공급간 상관관계를 면밀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악성인 준공후 미분양 증가에 건설사 당혹
건설사에게는 최고 골칫덩이인 준공후 미분양이 크게 늘어난 것도 문제다. 악성 미분양이라고도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은 공사비를 건설사가 다 부담하기 때문에 물량이 많을수록 그만큼 지출되는 비용이 커지게 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중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미분양과 달리 쌓아놓을수록 이자가 발생하는 준공후 미분양은 사실 건설사의 가장 큰 고민”이라며 “발표와는 달리 각 업체가 함구하고 있는 준공후 미분양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이 수도권과 지방에서 일제히 증가하며 건설사에서 잡아놓은 분양 계획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놓은 토지는 금융비용을 물고 있어 분양을 진행해야 하는데 성공을 담보할 수 없어 업체측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하반기 경기 김포시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H건설 주택영업본부장은 "김포의 경우 기존에 이미 공급이 많았던 지역이라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이 워낙 침체기여서 미분양 물량 증가가 큰 의미가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