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융권 ‘퍼펙트 스톰’] 은행권 채용 다각화…해외 우수 인력에 고졸 출신까지

2011-08-02 17:00
금융권 채용 고졸 VS 글로벌 인재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최근 은행권에서 시작한 고졸 채용이 전 산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학력 인플레이션 해소 등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영업점 창구직원을 중심으로 고졸 채용을 늘리는 것이 해외 진출 등을 통한 글로벌화 전략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 사회공헌 차원에서 고졸채용 늘려

고졸 은행원이 사라진 것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부터다.

1980년대와 9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덕수상고와 서울여상, 경기상고 등의 명문 상고 출신의 은행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인한 구조조정과 신규 행원 채용 축소 등으로 사실상 은행권의 채용문은 이후 약 3년간 닫혀있었다.

채용문은 2000년대 들어 점차 열리기 시작했으나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고졸자들은 취업 시장에 발을 붙이기 어려워졌다.

산업은행 조사 결과 미국의 경우 창구 텔러는 고졸 이하가 83%, 전문대졸 이상이 17%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텔러직 중 고졸 비중이 겨우 34%를 차지하는 데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 중 과거 2년간 평균 고졸 행원은 전체 인원 중 5.7%(459명)에 불과했다.

산업은행의 경우 현재 창구직원은 245명으로 이 가운데 고졸 출신은 15.5%(38명)로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은행은 고졸 출신 정규직이 약 29% 가량 된다.

하지만 올 들어 기업은행이 상반기 신입 창구 텔러를 모집하면서 특성화고 출신 학생 20명을 뽑아, 고졸 채용 붐을 다시 일으켰다.

앞서 신한은행도 올해 텔러직원에 고졸 출신 5명을 앉혔으며 국민은행도 12개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재학생들 가운데 8명을 텔러직에 채용했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실정에 맞춰 오는 2013년까지 3년간 전체 채용인원의 12%에 해당하는 2700명 가량의 고졸 인력을 채용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은행권에서 이처럼 고졸 채용에 앞장서는 것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청년 실업과 학력 인플레이션을 적극 해소하기 위해서다.

또한 여기에는 고졸 채용을 통해 사회공헌 차원에서 책임을 다하는 한편, 은행의 이미지 제고에도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뒷받침하고 있다.

고학력에 따라 취업 연령이 높아져 해당 직무에 상응하는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던 점도 고졸 채용의 요인 중 하나다.

지방은행의 경우 해당 지역의 고졸 인력을 채용함으로써 지역 내 인재 조기양성과 여수신 기반 확대 등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이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은 채용한 고졸 직원 중 우수 인재들을 골라 일정 근무 기간이 지나면 야간대학 진학 시 학자금을 지원하고 정규직 전환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역전문가 양성 위한 글로벌인재 육성도 시급

은행권 채용문은 고졸 뿐만 아니라 해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인재 채용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은행들의 해외진출이 늘면서 현지와 맞는 우수한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은행권 내외부에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금융지주는 이를 위해 지난 4월 해외 우수 인재 150명을 채용했다.

합격자 중에는 스탠퍼드, MIT, 콜롬비아(미국), 런던비즈니스스쿨(영국), 인시아드(프랑스), IE 비즈니스 스쿨(스페인), 차이나 유럽 국제비즈니스스쿨(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최고수준 MBA 학위 취득자 30명이 포함됐으며 코넬대, 뉴욕대, 옥스퍼드대, 칭화대, 와세다대 등 해외 명문 대학 및 대학원 졸업생 120명도 선발됐다.

KB금융은 지난해 12월 국민은행에서 신입행원을 뽑을 때도 IB부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SOC 등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국내외 MBA 소지자 20명을 채용한 바 있다.

KB금융은 이처럼 해외의 금융전문 인력들을 채용해 해외 비즈니스 역량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신한금융사관학교'를 개관하고 전문가 양성 교육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해당 학교 연수 과정은 WM(자산관리), RM(기업전문가), IB, 글로벌, FE 등 5개의 심화과정과 외환 특별과정 등 총 6개 핵심성장분야에서 현장실무중심으로 진행된다.

국민은행은 이 가운데 특히 글로벌 사관학교에서 언어 과정을 기본으로 문화, 역사, 테마과제 수행 등을 통해 최정예 예비 해외주재원을 양성함으로써, 은행의 글로벌 진출전략에 대한 핵심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국내에 유학중인 외국인 학생 10명을 선발해 4주간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외국인 인턴십' 제도를 실시한 바 있다.

이밖에도 각 은행별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아카데미' 등 각종 금융 관련 교육과 인턴십 제도를 통해 우수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은행들이 마련하고 있는 글로벌 인재 양성 시스템은 체계가 완벽히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국내 은행들이 해외 진출에서 성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면 이 같은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글로벌 인재와 고졸 등 은행권 채용문이 다양화되면서 은행 내 업무 영역 구분과 인사시스템이 재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분야에 맞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