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민 고검장 퇴임식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

2011-08-02 13:30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차동민(52) 서울고검장이 25년의 검사생활을 마감하며 2일 퇴임식을 가졌다.
 
 차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 2층 대강당에서 퇴임식을 갖고 은퇴했다.
 
 198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차 고검장은 1983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1986년 서울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서울지검 특수3·2부장, 대검 수사기획관·기획조정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차장 등 검찰 내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연수원 동기인 서울중앙지검장 한상대(52.사법연수원 13기) 검찰총장 내정자와 총장 자리를 놓고 막판까지 경합 했지만 고배를 마신 뒤 한 내정자의 지휘에 부담을 주지 않고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 준다는 차원에서 용퇴를 결정했다.
 
 차 고검장은 퇴임사에서 “지금 검찰은 대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꾸준히 개혁을 추진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에 검찰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자인 국민과의 진솔한 소통을 통해 의견을 가감 없이 반영하고, 국민이 공감하고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 고검장은 조선 초기 명재상 맹사성과 무명선사의 일화를 소개하며 검찰이 국민앞에 겸손해지길 당부했다.
 
 그는 “무명선사는 소년등과로 우쭐한 마음에 찾아온 맹사성에게 찻잔이 넘치도록 물을 따르다가 맹사성이 이를 지적하자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치는 것은 알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라고 말했고, 맹사성이 당황해 급히 나가다 문에 부딪히자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국민 앞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 내정자도 차 고검장의 퇴임식에 함께했다.
 
 한편, 한 내정자의 연수원 동기인 황교안(54) 부산고검장과 조근호(52) 법무연수원장도 이날 퇴임식을 하고 일선을 떠났다.
 
 남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검찰총장 직무대리 박용석 대검차장은 오는 8일 퇴임식을 할 예정이며, 황희철 법무차관은 권재진 법무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요청서가 채택된 직후 퇴임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