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휴대폰 '팔면 팔수록 적자'... 해답은 인사 혁신에서 찾아야
2011-08-01 16:23
(아주경제 한운식 기자) 혹 ‘프라다폰’을 기억 하는지.
LG전자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손잡고 디자인, 액세서리, 음향 등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공동으로 추진해 2007년 초 내놓은 휴대폰이다.
당시 시판가격이 무려 600 유로가 넘어 휴대폰 사상 역대 최고가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지만, 가장 큰 시장인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덕분에 LG전자에 2008년은 최고의 해였다.
소니에릭슨을 제치고 노키아·삼성전자에 이어 휴대폰 시장 점유율 세계 3위 자리에 등극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시가 총액 4위에 올랐다. 하지만 ‘잠시 반짝’ 그 자체였다.
3년이 채 되지 않아 LG전자의 시가 총액은 20위로 떨어졌다.
스마트폰 시장에 늦게 진입하면서, 매분기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판단이다.
올 2분기 LG전자는 매출 14조3851억원에 영업이익 1582억원의 초라한 성적표를 내놨다.
휴대폰을 맡고 있는 MC사업본부는 매출 3조2459억원에 53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백종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같은 기간 매출 12조1800억원, 영업이익 1조6700억원을 내면서 삼성전자의 실적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에 비하면 비교 자체가 웃기는 일이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상황이 크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옵티머스원· 옵티머스마하· 옵티머스시크· 옵티머스블랙· 옵티머스빅· 옵티머스2X 등의 모델을 시장에 무더기로 쏟아냈다.
하지만 이 중 어느 하나도 효자 노릇 한 게 없었다.
LG전자가 지난달 세계 최초로 무안경 3D 스마트폰임을 내 세우며 ‘야심작’으로 내 놓은 옵티머스3D 실적 역시 기대에 못 미친다.
이 때문에 3D 수요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사실을 경영진이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5분기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휴대폰 사업에서의 턴어라운드가 당분간 어렵다는 관측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LG전자 휴대폰 사업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과감한 내부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조조정이나 인사혁신이 미흡해 아직도 안이하고 보수적인 조직 문화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안팎에서 평가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조직 문화의 긍정적 측면도 물론 있다.
'예측가능한 인사’를 통해 조직의 안정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맨 먼저 꼽힌다.
최근 삼성· 현대차· SK 등 다른 그룹의 너무 잦은 임원 교체를 두고 오너의 인사권 전횡이라는 일부의 비판이 나오고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스마프폰 분야의 연이은 참패로 실패에 대처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경영상‘물 오너’ 모습에 대한 우려도 높은 게 사실이다.
LG 전자 내부에서도 ‘보신(保身)’ 분위기를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회사 중간 관리자급 관계자는 “애플과 삼성이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 들 때도 경영진 일부가 이를 폄하했을 정도로 안이한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구본준 부회장 부임 이후 어느 정도 달라지긴 했지만 경영진들이 1등하겠다고 나서는 의지는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