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임재천의 재계 엿보기 - 아무리 휴가를 겸한 포럼이라지만…
2011-07-26 18:26
(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이희원 대통령 안보특별 보좌관, 허창수 전경련 회장, 이주형 수협은행장, 문성환 삼양사 사장 등 수백명의 CEO와 단체장들….
전혀 공감대가 없을 것 같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오늘부터 열리는 제25회 전경련 제주 하계 포럼에 참석, 골프를 함께 치는 사람들이다.
올해 25회째를 맞는 전경련 하계포럼은 재계 최고의 여름 행사다. 해마다 사회 각 분야의 명망 높은 강사들을 초청, 휴가를 즐기며 지식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전경련이 재계를 대표하는 최고 단체인지, 골프와 만찬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인 미팅을 주선하는 자리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는다.
재계 단체로는 유일하게 전경련과 자웅을 겨루는 대한상공회의소도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경련과 달리 정부로부터 해마다 일정액의 예산까지 배정 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3박4일 동안 제주도에서 하계포럼을 개최했다. 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포럼이 한창이던 21일과 22일에 '클럽 나인브릿지'와 '라온콜프클럽'에서 두 차례나 골프행사를 가졌다. 회원들의 친목을 도모한다는 명분이다.
매년 정부로부터 수백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한국표준협회는 전경련이나 대한상공회의소보다 더 했다. 골프는 기본이고 '럭셔리 요트 투어'까지 프로그램에 포함시켰을 정도다. 김창룡 한국표준협회장이 아무리 '심신의 재충전'을 강조했어도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최근 정부는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해석하면 문을 닫는 중소기업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먹고 살기 힘든 중소기업들이 많으니 대기업들이 조금 희생하더라도 챙기라는 메시지다.
상황이 이럴 진대 대기업·상공인·중소기업 등을 대표하는 단체들은 무더위를 피한다는 명분으로 저마다 '호화판 포럼'을 열고 있다. 단체들은 참가비용을 별도로 받기 때문에 정부 예산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아울러 휴가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낮에 잠깐 강연 듣고, 오후에 골프치고, 석양 보며 요트타고, 저녁에 술자리 만찬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와 또 여기에 참석한 국내 대표 기업 CEO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