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스파고 "美 디폴트, 9월까지는 미룰 수 있어"

2011-07-26 10:39
존 실비아 "연준·재무부 현금 창출…디폴트 2~3개월 지연 가능"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의 공공부채 한도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증액되지 않아도 2~3개월간은 미국이 디폴트를 면할 수 있다고 존 실비아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주장했다.

실비아는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회견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와 재무부는 향후 2~3개월간 연방정부 채무에 대한 디폴트를 막을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무부는 이미 8월2일 이후 특별한 조치 없이도 2주 이상 쓸 수 있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또 민주·공화 양당이 결국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해도 적어도 한 달 이상은 디폴트를 미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바클레이스캐피털은 지난주 낸 보고서에서 지난 14일부터 미국의 세수가 예상보다 훨씬 크게 늘어나 8월10일까지는 재무부의 현금이 바닥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실비아는 연방정부의 디폴트로 인한 지급 순위 논란과 관련, 메디케어와 같은 사회보장 프로그램 등에 쓰일 복지예산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연방정부 공무원과 임시직은 일시 해고를 감수해야 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손성원 캘포니아주립대 교수도 "연준은 재무부에 신용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발휘할 수 있다"며 "신용 지원 규모는 100억~300억 달러로 연방정부는 이를 통해 수일간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펠로니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비상대책을 통해 금융권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일시적으로 현금으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연방정부의 디폴트로 경색된 신용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실비아는 미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에 합의하더라도 미국은 '트리플A(AAA)' 신용등급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부채한도를 늘리는 것보다 합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문제"라며 "연방정부의 재정지출과 재정적자의 장기적인 추세를 바꿔야 한다는 게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요구"라고 지적했다.

백악관과 의회의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날 개별적으로 새 협상안을 내놨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대표는 공화당이 반발해온 증세안을 협상안에서 배제한 채 공화당을 압박했고, 백악관도 리드의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일단 올해 말까지 부채한도를 약 1조 달러 늘리고, 내년에 1조5000억 달러를 증액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재정 지출을 줄일 것을 요구하며 맞섰다. 베이너는 특히 민주당이 꺼리고 있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등 복지예산의 실질적인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