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우리금융 인수PEF 투자 안해"…외자 유치 불가피
2011-07-18 14:40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국민연금이 우리금융 인수에 나선 3개 사모투자펀드(PEF)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들 펀드의 인수자금 조달이 난항에 봉착했다.
18일 국민연금은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MBK파트너스, 보고펀드, 티스톤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3곳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연금은 우리금융에 투자하게 된다면 사모펀드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를 파트너로 삼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우리금융 인수에 나선 사모펀드에 투자의사를 먼저 밝히는 투자의향서(LOI)를 주지 않을 뿐 아니라 펀드 가운데 하나가 인수자로 결정되도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특혜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환은행 최대주주 론스타처럼 수년 후 투자금액과 이익금을 모두 챙겨 떠나는 행각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위원회가 입찰 참여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자(FI)가 서로 겹치지 않도록 강제한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정 사모펀드에 자금을 지원할 경우 특혜시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인수에 나선 3개 사모펀드는 인수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의 우리금융 매각 지분 56.97% 중 최저 입찰 지분인 30%를 인수하려면 약 4조원이 필요하다.
특히 국민연금은 현재 우리금융 지분 4.4%를 보유해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예금보험공사를 빼면 최대주주다.
때문에 국민연금을 상대로 투자유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투자할 수 있었던 몫을 외국에서 끌어와야 한다"며 "인수자로 결정되더라도 국민이 보기에는 외국계가 인수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사모펀드들은 이미 외국계 자금과의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연합회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MBK파트너스는 자금력이 충분해 추가로 투자자를 끌어 올 계획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계연기금정상회의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세계 6대 연기금인 캐나다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의 요청이 있다면 기꺼이 투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캐나다연기금은 MBK파트너스의 주요 투자자(LP) 그룹중 한 곳이다.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이끄는 티스톤파트너스도 외국계 금융사와 연기금 등을 상대로 자금을 유치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국내에서 인수자금의 3분의 1 정도를 조달할 예정이었으나 국민연금의 투자 포기로 외국계 자금 유치 규모를 좀 더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돌릴 것으로 관측된다.
보고펀드는 아직 인수전략이나 자금조달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움직임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국내외 금융사들을 상대로 자금 마련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