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남구 대치동 가보니> 매매시장 휘청, 전세시장은 난리

2011-07-17 11:01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내 상가 한 부동산중개업소 게시판. 학군수요에 최근 이주수요까지 더해져 전세 물건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전셋값이 두 달도 안돼 1억이 더 올랐죠. 그런데도 (물건이) 없어요, 없어. 우성·청실아파트 이주가 시작되면서 2000여가구가 움직이는데, 이 중 10%인 200가구만 움직여도 시장엔 영향이 큽니다."

17일 오전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E공인중개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없으니 거래는 되지 않고 전셋값만 뛰어오른다는 것이다.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전세가격은 52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특히 서초구·강남구 등 강남 지역에서 오름세를 견인하고 있다.

학군 수요에 더해 이주수요가 대거 늘어나서다. 재건축을 앞둔 대치동 청실아파트가 지난 6일, 리모델링을 앞둔 우성2차아파트가 7일 이주공고를 냈다.

이에 따라 시장은 물량부족에 몸살을 앓는 분위기다.

인근 D중개업소 관계자는 "그전에도 학군 수요 때문에 물건이 적었는데, 최근 이주 인구마저 늘면서 쓸만한 게 나오면 바로바로 나가버려 물건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월말 청실아파트 관리처분인가가 나면서 전세가 오르기 시작해 6월 한달에만 전셋값이 5000만원 올랐다"며 "이후 우성아파트 이주까지 겹치면서 또 바짝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매매가격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묶자 찾는 사람이 없어져 매매가가 두달사이에 5000만원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7㎡는 지난 4월 9억6500만원에서 5월 8억9900만원, 6월 8억7500만원으로 떨어졌다. 강남구 도곡동 삼성래미안 123㎡도 지난 4월 14억2000만원에서 6월 13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이미은 과장은 "현재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을 앞두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많이 밀려있기 때문에 전세난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지훈 팀장도 "재개발·재건축 이주수요는 올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당분간 전세난이 해소될 여지가 없으며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팀장은 "현 전세난은 지난 2008~2010년 공급부족 탓"이라며 "그동안 미분양 물량은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전세난에 도움되는 중소형 공급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세대란'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중개업소 외벽에 전세 물건 2건을 붙여 놓은 K중개업소는 "좋지도 않은 물건을 비싸게 내놓은 사례도 종종 있다"며 "전세 물건이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대기자가 줄을 선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이주는 연말까지니까 아직 시간이 남았다"며 고3 수험생을 둔 가정의 경우 11월 수능시험이 끝나면 이곳을 떠나기 일쑤고, 주변 개포동, 일원동, 역삼동에는 물건이 아직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