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상속·증여 '철퇴' 맞은 기업은
(아주경제 김면수 기자) 국세청은 기업 오너들이 비상장사를 통해 자녀들에게 경영권과 재산을 편법으로 물려주는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주식 양도시 무신고 또는 과소 신고자를 대상으로 기획점검에 나섰다.
4일 국세청에 따르면 실제로 그룹 총수가 자식이나 친인척이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편법으로 ‘부(富)를 대물림’하는 행태가 다수 적발돼 거액의 세금을 물은 바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A그룹과 B그룹이다.
우선, A그룹 甲회장은 A그룹 지분이 전무한 두 아들에게 수 년간에 걸쳐 A그룹 지분을 상당수 넘겼다.
오너 2세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모 회사는 장남이 지분 58.44%를, 차남이 21.62%를 갖고 있어 장·차남의 지분율이 무려 80%를 넘는다.
나머지 지분도 甲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대부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 회사는 지난 2009년 7월 또 다른 모 회사를 흡수합병하면서 단숨에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이 과정에서 甲회장은 증여세를 절반 이상 줄였지만, 결국 국세청에 적발돼 무려 수 백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당했다.
반면 B그룹 乙 회장은 지난 2006년 비상장회사 주식을 헐값으로 발행해 몰아주는 방식으로 당시 16살이던 아들에게 다량의 지분을 넘겼다.
乙 회장과 아들 간의 편법증여 고리는 T사와 또 다른 T사, 그리고 H회사 등 그룹 내 3대 비상장 자회사다. 세 곳 모두 乙 회장이 51%, 아들이 4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특히 이 가운데 아들이 49% 지분을 보유한 3개의 비상장사는 T그룹 핵심계열사 T산업과 D회사 지분을 사들였다.
현재 T社는 T산업 지분 4.51%와 D회사 지분 3.56%를 보유하고 있다. 또 H회사는 지난 2009년 9월 T산업으로부터 D회사 지분 16.74%를 150억원에 사들여 1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전혀 치르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지난해 10월 ‘편법증여’ 의혹이 불거진 B그룹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했다.
이밖에도 국내 대기업은 물론 상당수 중소·중견기업들도 비상장사를 동원해 자녀들에게 편법상속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