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구조조정 '연착륙' 추진… '뱅크런' 막기 안간힘
2011-07-04 15:35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금융당국은 4일 발표한 ‘하반기 상호저축은행 경영정상화 추진방안’을 통해 살릴 곳은 살리고 부실 저축은행은 확실히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예금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9월 전에는 추가 영업정지를 당할 저축은행이 없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업계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원칙을 분명히 세웠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살아남을 저축은행의 먹거리 창출에 대한 지원책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 공적자금 투입 강수… 정상 저축銀 적극 지원
금융당국은 상반기 중 검사가 끝난 저축은행 10곳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2곳,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한 1곳을 제외한 85개 저축은행에 대해 7~8월 중 경영진단을 실시키로 했다.
경영진단 결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를 넘거나 경영 정상화를 거쳐 5% 이상이 될 만한 저축은행은 확실히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공적자금의 일종인 금융안정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저축은행이 발행한 상환우선주를 금융안정기금을 활용해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본확충을 지원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BIS 비율 3~5%인 저축은행의 경우 6개월의 경영 정상화 기회를 부여하고 1~3%인 저축은행은 1년의 정상화 기한을 제시할 계획이다.
금융안정기금을 지원받은 저축은행은 배당 금지 및 임직원 급여 제한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펼쳐야 한다.
다만 BIS 비율 1% 미만에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저축은행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경영평가위원회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부실 저축은행 정리를 위해 소요되는 재원은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에서 조달키로 했다.
구조조정 작업이 장기화하고 소요 자금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특별계정 운영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 당국, 시장 안정에 주력… 뱅크런 막을까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 작업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올 초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이다.
뱅크런이 나타날 경우 정책 실효성과 무관하게 추가로 무너지는 저축은행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이날 “저축은행 경영진단이 끝나는 9월 말까지 원칙적으로 영업정지를 당하는 저축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추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저축은행이 발생해도 가지금급과 예금담보대출 등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원금을 기존 2000만원에서 4500만원으로 늘리고, 원금 회수 시기를 2주일 후에서 4영업일 후로 단축하는 등 예금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조치도 함께 발표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뱅크런이 나타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상반기에도 김석동 위원장이 수차례에 걸쳐 추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저축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예금 인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무려 8곳의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입김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 업계, 먹거리 대책 부족 지적
저축은행권은 금융당국이 점진적인 구조조정 방침을 밝히고 경영 정상화가 가능한 저축은행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피력한 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들로 이해했다”며 “BIS 비율 5% 이상만 유지하면 영업력 제고를 위해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익 창출을 위한 지원 방안은 미흡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금융당국은 △여신전문출장소 설치 요건 완화 등 영업채널 확충 △부동산여신 규제 합리화 등 대출여건 개선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내 의무여신제도 합리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고위험 투자를 하지 말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라는 주문이다.
이에 대해 획기적인 지원 방안을 기대했던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발표된 내용은 기존에 이미 언급됐던 방안들”이라며 “여신 운용 범위를 확대해도 은행권과 여신전문금융회사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저축은행의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