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수신료 인상 여야 대치 ‘최고조’
2011-07-01 07:54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민주당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 위원회(문방위) 회의장을 점거하면서 KBS 수신료 처리를 저지했다. 때문에 정국은 여야간 치열한 대치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30일까지 사흘째 문방위 회의장 점거를 이어갔다. KBS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정장선 사무총장은 “도대체 왜 서민경제가 황폐화된 이 시점이 수신료 40%를 올리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최대한 인상을 막고 인상을 한다고 해도 합당한 이유를 들어야겠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에 한나라당도 주춤했다. 강행처리를 위해서는 물리적 충돌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여력이 없었다. 여론이 좋지 않은 수신료 인상 문제에 대해 무리수를 둬 가면서 강행하다간 자칫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방위는 도청공방의 진원지다. 여야가 연일 도청의혹을 둘러싼 진실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문제까지 강행처리를 시도하면 그야말로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수신료 인상이 처리되지 못한 가운데, 이날도 여야간 도청 책임공방은 계속됐다. 민주당은 수신료 인상문제와 도청 문제를 같은 고리에 연결된 문제로 보고 공세를 지속했다. 발언의 당사자인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불법도청 진상조사위원장인 천정배 최고위원은 한 의원이 녹취록 작성자가 민주당이고 이를 제3자를 통해서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한 의원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신학용 의원도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데는 도청을 묵인한 거짓말이 결정적 계가였다”며 “만약 도청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한나라당이 해체하고 KBS 김인규 사장이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한 의원을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관계자로부터 받았다고 했는데 제보 내용은 민주당에서 나간 게 아니고 제3의 이해당사자가 한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라며 녹취록 출처공개를 주장했다.
민주당은 특히 녹취록 제공자가 수신료 인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KBS측 인사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한 의원은 “나는 KBS로부터 받지 않았다. 제3자가 나한테 줬는데 그로부터 민주당에서 나온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거듭 부인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내에선 한 의원의 무분별한 발언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설사 도청을 했다고 하자. 그래도 자신만 알고 있어야지 ‘발언록’에 나와 있다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어디있느냐”며 한 의원의 경솔함을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