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ELS 주가조작 아니라니까"

2011-06-28 17:34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증권가가 주가 조작을 통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국내외 전·현직 증권사 직원 4명을 기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권가가 속을 태우고 있다.

주식워런트증권(ELW) 스캘퍼(초단타매매자)에 전용선을 제공한 책임으로 전·현직 증권사 사장 12명이 기소된 지 닷새 만에 또 다시 증권가가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면서 업계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무엇보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면 월 발행액 3조8000억원 규모의 ELS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반환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8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이성윤 부장검사)는 주가연계증권을 판매하고 투자자에게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국내 증권사 트레이더 2명과 외국증권사 트레이더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설정된 특정 종목의 주가 등락에 따라 수익을 약속하는 구조로 설계되는 파생상품이다.

고시한 일정 기간 기초자산이 정해진 범위에 있으면 투자자는 보장된 수익을 지급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손실을 보게 된다.

운용자는 기초자산 주식의 주가 하락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설정한 헤지 물량을 만기일에 대거 팔아야 하는데 이때 주가가 수익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증권사가 ELS헤지를 설정하고 푸는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지급할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이익을 챙긴 탓에 투자자에 손실을 입혔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증권사 관계자는 "만기 때 투자자에게 돌려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ELS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종목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며 "장 막판 시장가에 매도하는 행위를 시세 조종으로 보는 것은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

게다가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모두 앞서 2006~2009년 발생한 것으로 지금은 유사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앞서 2009년 9월 금융당국이 ELS 만기일의 인위적인 주가조작 의혹을 없애기 위해 기초자산에 따른 만기시 수익 지급조건을 만기일 종가에서 만기일 이전 3일 이상 종가 평균 또는 만기일 거래량의 가중평균을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엔 증권사가 헤지를 이용할 때 해당 금융사를 투자자에게 공지하고 헤지 운용지침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시중의 ELS는 약 8700건으로 2009년 제도 개선 이후 발행됐다"며 "이전 상품에서 발견된 문제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번 검찰의 기소로 모처럼 활황세를 타던 ELS 시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인기가 뚝 떨어졌던 ELS는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ELS 발행규모는 전월 대비 3719억원 증가한 3조8560억원이다. 2008년 6월 3조6728억원의 최고 발행 기록을 2년 11개월 만에 경신했다.

2003년 ELS 발행 집계가 시작된 이후 월간 ELS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총 6번이다. 2008년 4월과 같은 해 6월을 뺀 나머지 네 번이 올해 기록이다.

코스피의 상승 추세가 이어지자 주식 직접 투자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서 지수 상승 혜택을 공유할 수 있는 상품인 ELS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결과다.

퇴직연금상품으로 판매되는 ELS가 최근 늘어난 것도 발행 규모가 급증한 이유 중 하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갖는 상품으로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노린 투자자들에게 관심이 큰 상품"이라며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등으로 안정성이 높아졌음에도 검찰 기소로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기소된 트레이더들의 혐의가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되면 그간 ELS 투자로 돈을 잃은 투자자들이 거액의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잇따라 낼 수도 있어 업계 차원의 공동 대응 노력을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