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12개 증권사 전·현직 사장들이 업계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자본시장법은 금융기관 임직원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거나 금융관련법령 위반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현직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ELW 초단타매매자(스캘퍼)들에게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대표이사가 기소된 12개 증권사 법무팀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공동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증권사는 삼성·우리·KTB·이트레이드·HMC·대신·신한·유진·LIG·대우·현대·한맥투자증권 등이다.

이들 증권사는 불법거래에 동원된 ELW 전용선이 외국에선 이미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무죄 판결을 받아낸다는 방침이다.

또 검찰 수사 이후 금융감독 당국이 내놓은 ELW 건전화 방안에 전용선 제공과 주문시스템 탑재 등 편의제공 항목이 포함된 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법원까지 상소 절차를 밟아 자사 사장의 불명예 퇴진은 막겠다는 방침이다.

확정 판결까지 통상 1~2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사장 임기가 자연스럽게 끝난다는 점을 고려한 시나리오다.

이들 12개사 가운데 대신·대우·신한·LIG·우리·KTB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 사장의 임기가 내년 만료된다. 현대·HMC·이트레이드증권 등 3개사 사장 임기는 내후년 끝난다.

삼성증권 사장만 2014년까지 일한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전임 사장이 기소됐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할 경우 당사자들은 증권가를 완전히 떠나야 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자통법은 벌금형 이상이면 형 집행 종료나 면제 5년 전까진 금융투자업계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 판결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금감원은 낙관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스캘퍼와 증권사의 부당거래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경영자 개인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유죄 판결에 따른 무더기 해임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반면 검찰이 12개 증권사 전·현직 대표를 모두 기소한 만큼 안심하긴 이르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증권사 사장들이 ELW 전용선 제공 때 서명한데다 일부는 스캘퍼영업에 직접 개입한 정황까지 포착돼 선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유죄가 인정되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5억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