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3만3천 아프간 미군 내년까지 철수"

2011-06-23 12:55
예상보다 과감…2014년까지 6만8천명 전원 철수

(워싱턴=송지영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내에 1만명, 내년 9월까지 추가로 2만3000명 등 총 3만3000명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병력을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당장 다음달부터 철군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병력은 대부분 18개월 전 오바마가 증강 파병한 전투 병력들이다.

오바마는 "전쟁의 조류는 쓸려 나가고 있다"며 "그동안 전쟁에 1조 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제는 전쟁에 투입된 자금과 노력을 국내를 위해서 사용할 때"라고 철군 배경을 밝혔다.

3만3000명 철군 계획은 그동안 국방부 등 전장 지휘 부서의 의견보다도 과감한 것으로 안팎에서 논란을 만들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은 "오바마가 불필요한 리스크를 만들었다"고 말했고, 일부 의원들은 "아프간 철군으로 그동안 현장에서 이룬 성과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고, 잔존한 미군 병력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바마의 철수 계획이 실행되더라도 아프가니스탄에는 여전히 6만8000명의 병력이 남게 된다. 오바마가 취임할 당시 보다도 두 배나 많은 병력이다. 백악관은 이 병력도 오는 2015년을 전후해 철수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아프가니스탄은 2014년부터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

CBS뉴스는 "내년 선거가 다가오기 전에 철군 공약을 지켰다는 신뢰를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의도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6만명이 넘는 병력이 잔존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주둔 미군의 안전이 위협받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오바마는 철군은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며 여운을 남겼다. 백악관 관계자는 "오바마는 여론 향방 때문에 이번 계획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60%가 넘는 유권자들이 아프가니스칸 병력을 줄이는 데 찬성하고 있다.

3만명이 넘는 병력이 내년까지 철군하지만, 이 규모는 공화당과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과감한 철군 요구보다는 약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정치적 안정 등 파병 목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조속하고 과감한 철수를 요구해 왔다.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은 물론이고 파키스탄, 예멘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알-카에다와의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