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후순위채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 대한 구제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법적 보호 대상이 아닌 후순위채까지 보상하는 것은 지나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일부터 오는 8월 31일까지 영업정지를 당한 7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 신고 접수한다고 밝혔다.

이들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투자자는 2998명, 투자 금액은 1314억원 수준이다.

금감원은 접수된 민원에 대해 후순위채 판매 과정에서 저축은행이 약관과 리스크를 투자자에게 제대로 설명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불완전판매 여부가 명백하게 드러나면 금융분쟁 조정 절차에 따라 보상 여부를 심의하게 된다.

피해신고를 접수할 때는 신분증 외에 통장사본과 청약서, 투자설명서 등 신고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피해신고는 금감원 서울 본원과 부산, 대구, 광주, 전주, 대전 등 5개 지원ㆍ출장소에 설치된 신고센터를 직접 방문하거나 인터넷 및 우편을 통해 접수하면 된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후순위채 관련 피해자의 소송비용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피해자들의 소송비용을 지원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분쟁 조정 과정에서 당사자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해당 저축은행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이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것은 금감원 본연의 임무인데, 이를 위해 별도의 신고센터를 마련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것은 전시 행정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5000만원 초과 예금자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예금자보호법상 보호 대상이 아닌 후순위채에 대해 피해 보상에 나선다면 5000만원 초과 예금자에 대한 구제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금융당국이 소비자 피해 구제에 적극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후순위채 피해까지 보상한다면 향후 후순위채 시장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