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창간 대기획-‘2030’이 희망이다> <br> (상) 창의력이 경쟁력이다 <br> 지식기반사회 부가가치 성패 여부는 '창의성'

2011-06-19 18:12
여부는 '창의성'<br/>과거처럼 단순한 노동·자본 투입으로는 한계<br/>기업·사회 요구하는 교육프로구램 도입 시급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과거 노동력과 자본이 사회의 근간을 만들었다면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창의적인 인재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바야흐로 ‘창의력이 경쟁력인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미래학자 앨빈토플러도 지난 2006년 방한 당시 “디지털 혁명이나 기술 혁명이 가져온 급격한 기술 변화를 사회·정치·경제적 변화로 연결시키는 일이 중요하고, 사회· 제도적 변혁이 필요할 때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창의력 있는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창의력은 타고 나기도 하지만 잘 교육 되고 훈련 받아야 향상된다는 것은 선진국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선진국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창의 교육을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보고 관련 프로그램과 재정·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 '2030'이 희망인 이유 = 눈부신 경제발전을 통해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2011년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세대·계층간 반목과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경제성장의 엔진역할을 해야 하는 '2030'세대가 우리사회에서 설자리를 잃고 방황하고 있는 상황은 더더욱 암울하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도 단순한 인재양성만으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언론사 경제부장단 오찬간담회에서 "5년 단위로 재정대책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10~20년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의 희망인 '2030' 세대가 더 이상 갈곳을 잃고 방황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한 이공계 대학교수는 "마음껏 젊음을 발산해야 할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매일 취업서적과 씨름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렇다고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연구에 전념해야 해도 시간이 모자라지만 제자들의 앞길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을 때가 많다고 그는 말했다.

◆ 창의력 요구하는 기업 = 한국 학생들은 각종 국제 학력 평가에서 매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지난 2007년 `수학 · 과학 성취도 비교연구(TIMSS)`에서 한국 학생들은 수학 세계 2위, 과학 분야에서 4위를 각각 차지했다.

그러나 같은해 TIMSS 평가 결과 능동 · 창의적 학습 수준을 측정하는 ‘자신감’과 ‘흥미도’ 지수에서 한국은 49개국 가운데 43위라는 최하위 성적을 얻었다. 매년 2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학원비와 과외비로 지출되고 있지만 창의력 빈곤이라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 있는 셈이다.

하지만 조금만 주위를 돌아다보면 우리 주변에는 창의력 있는 인재양성의 길이 열려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박태환, 김연아, 손연재와 같은 스포츠스타들이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들은 과거 헝그리정신 하나만으로 죽기살기로 뛰던 선배들과는 분명 차이가 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말 조사한 기업인 설문조사에서도 ‘창의력’이 인재채용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응답했다. 더 이상 고성장을 구가하기 어려운 기업이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인재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창의성이 발휘되기까지 우리사회가 건너야 할 강은 넓고 올라야 할 산은 높다. 어려서부터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탓에 우리 학생들은 지식을 습득하고 분석하는 훈련은 받았지만 스스로 사고하고 해결하는 창의력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 수요자 중심 대학교육 나서야 = 페이스북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는 일반인이라면 그냥 스쳐 지나갈 법한 사소한 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세계 IT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미국이 여전히 세계최고 국가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미국 정부는 `미국의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교육시스템의 주요 요구사항에 관한 국가 행동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창의력 증진을 골자로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국가 로드맵 수립 등을 제시했다. 미국은 상당수의 창의력 함양 프로그램을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 운영한다. 어릴 적부터 자기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과정에서 문제해석능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교육선진국인 영국 역시 지난 2006년부터 창의성 교육을 위한 정부 지침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창의력과 문화 교육 자문위원회(Creative and Cultural Education Advisory Board)`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문화예술분야의 창의성을 교육에 접목하기 위해 벌써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영국의 대표적인 범국가적 창의성 교육 프로젝트인 CP(Creative Partnership)도 주목할 만하다. 건축가나 과학자, 미술가 등 다양한 방면의 예술가들이 직접 교실에서 학생을 가르친다.

프랑스 교육부가 운영하는 교수학습지원센터(쎄렌)는 질 높은 창의 교육 소스 제공을 목적으로 프랑스 전역에 설립, 운영 중인 네트워크 센터다. 전문가에 의해 품질 관리와 인증이 이루어진 2000여 종의 자료를 공교육 교사에게 제공한다.

자원은 없지만, 교육열만큼은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라고 저커버그와 같은 인재를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나 '2030' 세대는 기성세대가 갖고 있지 못한 자신감과 도전정신으로 충만해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정부 역시 단기대책에 급급한 나머지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중장기플랜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황창규 지식경제 R&D전략기획단장은 “미국과 유럽은 자원이라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가진 게 사람 뿐”이라며 “사람의 미래, 경제의 미래, 국가의 미래가 모두 사람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대학 교육도 기업과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는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