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석유 수직계열화 이어 신재생 분야에도 집중
2011-06-19 11:52
(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SK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처음으로 100조원를 넘었다. 올해는 11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20년 전에 비하면 1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이 같은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석유화학 사업이다. 석유화학 사업이 이처럼 든든한 성장 버팀목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20년 전에 완성된 수직계열화의 결과다.
수직계열화는 SK그룹이 원유에서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1991년 6월 완성한 경영전략이다. SK그룹은 당시 SK울산컴플렉스에 제2에틸렌 생산시설 등 모두 9개 공장을 한꺼번에 준공하면서 정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봉제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이뤄 로컬 석유시장에서의 발판을 굳건히 마련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수직계열화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의 도약 가능성을 찾았다. 수직계열화는 로컬 시장에서는 '완성'이지만 글로벌 시장을 감안하면 '시작'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국내 석유시장은 조만간 포화상태가 되는 레드오션인 만큼 글로벌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비전 제시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자원경영을 위한 과감한 투자도 단행했다. 2조원 규모의 울산 제2차 중질유 분해시설(RFCC) 투자, 1억 달러가 넘는 인도네시아 윤활기유 공장 투자, 5천억원이 넘는 페루 LNG 공장 공장 투자 등 국내외 투자가 잇따라 단행되면서 해외 자원생산 및 마케팅 거점이 마련됐다.
지난해 6월 페루에 준공된 LNG 공장으로 SK그룹의 지분원유 생산량은 4만2천 배럴에서 5만9천배럴로 늘어났다. 2003년 지분원유 생산량인 1만 배럴에 비해 6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SK그룹은 현재 14개국 26개 광구에서 활발한 자원개발을 진행하며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8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5억3000만 배럴의 지분원유를 확보하고 있다. 수직계열화 원년인 1991년의 자원확보량인 5천400만 배럴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최태원 회장의 지속적인 '통 큰' 투자는 로컬 비즈니스일 수 밖에 없었던 석유정제사업을 글로벌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 냈다. 1991년 수직계열화가 완성됐을 당시의 SK 석유화학사업은 4조원대의 매출에 1조원대의 수출을 기록했다. 1990년대 후반 수년간 10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SK석유화학 사업은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2005년 처음으로 20조원대 매출인 21조9145억원을 기록했다.
수출 역시 2005년도에 10조6천888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2005년을 기점으로 수출비중이 50%에 달하는 수출주도형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다. 지난해 SK 석유화학 사업은 45조8천669억원 매출에 27조7천208억원 수출을 기록, 수출비중이 60%를 넘어섰다. 수직계열화 원년 대비 매출은 11배, 수출은 27배가 증가하면서 현재는 국내 2위에 해당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태원 회장의 뚝심있게 추진한 자원개발은 이제 SK그룹의 확실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SK그룹의 자원개발 매출은 지난 2007년 3천232억원, 2008년 5천253억원, 2009년 6천358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7천830억원을 기록하는 등 고속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원개발에서만 2천778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올해 말에는 모두 1조원의 자원개발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SK의 자원개발 영업이익률은 50%가 넘을 만큼 확실한 캐시카우로 역할하고 있다. 지난해 자원개발 매출 7천830억원 가운데 영업이익이 4천154억원에 달해 영업이익률이 53%에 달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원개발 영업이익률도 58%(2천778억원 매출에 1천613억원 영업이익)에 달한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신재생 에너지와 2차 전지 등 신규자원 에너지 개발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최근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옛 SK기술원)를 1박2일로 방문해 전기차용 배터리, 그린폴(이산화탄소플라스틱), 그린콜(청정석탄에너지), 바이오연료 등 SK의 미래를 책임질 ‘그린 비즈니스’ 현장경영에 나선 것도 그 일환이다.
SK그룹은 최근 충남 서산일반산업단지에 600M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 착공식을 갖고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 동안 연구개발 단계에 있던 2차전지 사업이 이번 공장 착공으로 본격적인 양산단계로 돌입하게 된 것이다.
이만우 SK 브랜드관리실장은 "최태원 회장은 20년 전 이룬 석유에서 섬유까지의 수직계열화를 발판으로 천연가스, 녹색에너지, 신재생에너지 등 모든 에너지 군에서 수직계열화를 추진해 진정한 에너지 리더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