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지각변동 본격화
2011-06-16 17:00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세계 자동차 산업의 지형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 문턱을 두드리는 한편,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 업체들이 과거 품질과 안전 문제로 경·소형차 출시에만 머물러왔지만, 최근 정부의 개발보조금 및 세제 지원 등 각종 정책으로 중대형 고급차 출시를 늘리고 있다. 중국차 업체들의 약진은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글로벌 선두업체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될 전망이다.
◆“中, 선진시장 점유율 15% 목표”
국제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지난해 10월 ‘2020년 선진 자동차시장에서 중국 완성차업체들의 시장점유율 및 총이익에 대한 시나리오’를 통해 중국 완성차업체들의 인수합병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공격적인 M&A를 통해 빠른 속도로 선진시장에 진출해 선두업체를 추격하는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맥킨지의 예측은 현실화 됐다.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업체인 지리자동차가 ‘볼보’를 인수한 데 이어 제너럴 모터스(GM)의 자회사 ‘사브’가 중국 기업 품으로 들어갔다. 중국 업체들의 이 같은 행보는 단기간 안에 선진국 시장을 진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점진적인 시장진입보다는 세계 5위권 내 선두업체를 인수, 선진시장에 뛰어든다면 중국 업체의 선진시장 점유율은 3~15%에 달하고 총이익도 10억~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국이 글로벌 업체 인수를 통해 △브랜드 및 품질인지도 △대규모 판매망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면 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 역시 보고서를 통해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청정기술 비용우위와 선진업체 인수라는 두 가지 강점을 모두 갖추고 선진시장에 진출하면 선진시장 점유율은 7~15%, 총이익은 40억~80억 달러에 달해 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절약 및 신에너지 자동차산업 발전 계획(2011~2020년)’을 발표, 향후 친환경차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발전 계획의 핵심은 가솔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효율 개선 이외에도 향후 10년간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산업화 추진이다.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수요 확대로 인해 에너지 소비 가중과 환경 문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클린디젤차와 하이브리드차 부문을 선점한 상황에서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 차세대 자동차시대의 선두주자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10월 1000억 위안(한화 약 17조원) 규모의 신에너지 자동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제12차 국가경제 및 사회발전 5개년 계획(2011~2015년)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및 신소재와 불어 중국 경제를 이끌 3대 산업으로 신에너지 자동차산업을 지목했다.
김응창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정부 차원의 강력한 추진목표와 실행을 기반으로 중국의 친환경차 시장 확대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중국이 친환경차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합작 및 인수, 개발 보조금 지원 등으로 현지 업체의 기술 개발을 통한 중대형 고급차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중국 자동차 업계는 정부 지원에 힘입어 2008년 약 29%였던 내수 시장 독자 브랜드 비중을 4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