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데뷔 빌미, 10억 챙긴 기획사 대표 입건
2011-06-15 12:05
(아주경제 임봉재 기자) ‘연예인으로 데뷔시켜 주겠다’고 속여 보증금 명목으로 10억여원을 챙긴 기획사 대표가 입건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는 15일 이같은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모 기획사 대표 박모(3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역삼동에 기획사 사무실을 차린 뒤 여대생 A(22)씨에게 데뷔시켜 주겠다며 보증금 명목으로 3600만원을 받아 가로채는 등 최근까지 같은 수법으로 연예인 지망생 67명에게 모두 10억2000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박씨는 인터넷 모 캐스팅 사이트에 프로필을 올린 연예인 지망생에게 전화를 걸어 ‘신인 걸그룹과 연기자 오디션에 참가해보라’라고 접근, 이에 참가한 지망생들을 모두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박씨는 이들과 일명 ‘디폴트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디폴트 계약’의 함정에 빠져 박씨에게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의 보증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디폴트 계약은 기획사 소속 연습생의 이탈을 막기 위해 보증금을 받은 뒤 6개월이 지나거나 그 안에 데뷔하면 돌려주는 계약 방식이다.
하지만 박씨는 이들 가운데 단 1명만 데뷔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이들에게 받은 보증금을 6개월이 지나도록 돌려주지 않은 채 개인 채무를 갚는데 사용했다.
특히 대부분은 보증금 마련을 위해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에서 연이율 25~44%의 높은 이자를 내고 학자금 명목으로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이들 가운데 일부는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고 유흥업소에서 일을 했으며, 자살을 시도한 대학생도 있었다.
한편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박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