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매각만이 능사인가…"적기에 공적자금 투입해야"

2011-06-10 09:47

(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당국이 수년간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부실 저축은행 떠넘기기'를 해온 탓에 저축은행 부실이 심화했다며 부실 해소를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상조 한성대(무역학과) 교수는 10일 금융학회 정책심포지엄 발표 자료인 '저축은행 부실의 현황과 원인·대책'에서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회피한 채 M&A나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으로 부실 저축은행을 처리하면서 인수 요건과 자산운용 규제, 지점 설치 요건 등을 완화한 당근을 제공한 것이 화를 키웠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2003년 6월~2010년 말까지 감사보고서 등을 조사한 결과 그룹 계열화와 대형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저축은행업계 자산규모는 27조원에서 지난해 말 86조9000억원으로 3.2배 불어났다.
 
자산 1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의 자산규모가 3조원에서 61조5000억원으로 20.2배 커져 비중이 70.8%로 껑충 뛰었다. 2003년 6월까지만 해도 없던 자산 2조원 이상 초대형 저축은행도 36조4000억원(41.9%)으로 확대됐다.
 
특히 저축은행그룹의 자산규모는 49조2000억원으로 5.8배로 커졌고 비중도 전체의 56.6%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독립 저축은행 수는 70개사에서 47개사로 줄어든 반면 그룹 소속 저축은행 수는 13개에서 25개사로 늘어났다. 그룹 계열 점포수도 44개에서 162개로 122개나 급증했다.
 
또 현존 105개 저축은행이 주체가 된 기업결합 69건 가운데 그룹 계열 저축은행 중심의 결합이 33건으로 절반에 이르고, 자산 2조원 이상 초대형 저축은행 주체 결합은 23건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에도 저축은행 간 결합이 15건이나 발생했다.
 
아울러 105개 저축은행 중 지배권이 바뀐 곳은 총 44개사로 전체의 41.9%에 달했다.
 
김 교수는 감독당국이 금융위기 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심화하는 와중에도 근본적인 구조조정보다 합병 등의 임시방편에 의존해 업계 부실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정부여당의 정치적 부담과 정책과 감독실패에 대한 책임추궁을 피하기 위해 관치금융의 편법에 의존하면 금융산업 질서 왜곡 문제는 치유되지 않는다"며 "공적자금은 적기에 충분한 양만큼 투입해야 장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