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朴’ 회동 앞두고 여권 내 묘한 신경전
2011-06-02 18:34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3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간의 단독 회동을 앞두고 청와대와 박 전 대표, 그리고 이재오 특임장관 등 여권 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이 장관이었다. 이 장관은 지난 1일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과 관련, “(박 전 대표의) 유럽 특사활동 보고 외에 다른 정치적 의미를 낳는 게 있다면 당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특사활동 보고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즉각 박 전 대표에 대한 ‘견제구’로 해석됐다. 여당(한나라당)의 지난 4·27재보선 참패와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로 대표되는 여권 내 비주류발(發) 쇄신 기류와 맞물려 박 전 대표가 이번 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이른바 확실한 ‘미래권력 1순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관측을 염두에 둔 것이란 얘기다.
한때 친이(친 이명박)계 ‘좌장’으로까지 불렸던 이 장관은 최근 지지모임 정비에 나서는 등 차기 대권을 겨냥한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당사자인 박 전 대표는 “누구나 자기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개의치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전 같으면 몇몇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이 목에 핏대를 세웠을 만한 상황인데도 이번엔 ‘조용히’ 넘어갔다.
대신 이 장관의 발언이 불편하다는 얘기는 청와대에서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대통령의 명을 받아 일하는 특임장관이 대통령이 주체가 되는 행사에 대해 그렇게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의 발언이 마치 이 대통령에 대한 ‘가이드라인’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도 “이 장관 본인의 정치적 입장이 있겠지만 그런 말은 절제를 잘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장관과 가까운 여권 인사는 “이 장관의 뜻은 회동에서 나온 정치적 사안에 관한 얘기가 잘못 전달될 경우 자칫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라면서 “청와대 참모들부터 말을 아낄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지난달 31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 계획을 전하며 "현재의 정치 상황을 비롯한 국정현안과 국가미래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의 다른 관계자도 최근 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의화 국회부의장)가 '전당대회 룰' 논란과 관련해 당권·대권 분리와 대표·최고위원 통합 선출 등 기존 당헌을 유지키로 결정한 점 등을 들어 "벌써부터 '한나라당이 박근혜 당이 됐다'는 얘기가 많다. 이는 대통령과 당은 물론, 박 전 대표에게도 좋은 일만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