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프런티어>이원선 토러스증권 이사 "다시 태어나도…"

2011-05-31 07:46


(아주경제 서진욱 기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해 뜨기 전 출근한다. 퇴근은 번번이 막차 시간이다. 미국ㆍ유럽 주식시장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 증시 특성상 주말은 물론 공휴일도 없다.

1세대 여성 애널리스트인 이원선(사진ㆍ42)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부 이사는 이런 근무 여건에도 만약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같은 직업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늘 새로운 분석을 추구하면서 이를 시장을 통해 즉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애널리스트가 가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분석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여기에 분석한 결과를 바로 증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재밌는 일이에요."

이 이사는 주요 매체에서 선정하는 애널리스트 순위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올랐다. 계량분석(퀀트) 분야 전문가다. 퀀트 애널리스트는 수리적인 방법으로 시장을 파악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이 이사는 시장 분석에서 과욕을 경계했다.

"욕심을 버려야죠. 자기 분석을 부각시키기 위해 결과를 과장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단점과 리스크를 감추고 장점을 내세우는 거죠."

이 이사는 숫자로 확인된 자료만 분석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투자자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한 단순하면서도 유일한 원칙이라는 것이다.

이 이사는 "앞으로는 세계 경제를 아우르는 눈을 갖춰야 애널리스트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 같지만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이벤트마다 특정 산업에 미칠 장ㆍ단기적인 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이 이사는 "이제 미국이나 유럽, 중국만 바라볼 게 아니라 전세계 경제를 주시해야 한다"며 "지금은 특정 지역 또는 국가가 세계 경제를 주도한다기보다는 유기적인 관계로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서 여성 수장이 아직 나오지 않은 데 대해서는 '시간문제'라고 답했다.

이 이사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남자 중심이었던 증권업계에 2000년 이후 여성 진출이 활발해졌다"며 "이처럼 시작이 늦었기에 여성 수장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일 뿐 등장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후배를 길러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이사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뛰어난 후배를 양성하고 싶다"고 전했다.

배우자와 함께 펀드를 운용하고 싶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이 이사 남편은 펀드 매니저다. 자신에게는 멘토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이 이사는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을 통해 얻은 분석적인 면과 남편 경험을 살려 좋은 펀드를 만들고 싶다"며 "안정적이면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가 새로운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