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부시도 싫어하는 페일린 성공할까
2011-05-29 12:02
(아주경제=워싱턴 송지영 특파원) 새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2012년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페일린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참전 용사를 기리는 대규모 추모 행사에 참가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 동부 연안 버스 투어를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그는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페일린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사람도 없지만 또 대중적 인기가 견고한 사람도 없는 것 같다. 하는 언행마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그녀의 행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그래서 또 페일린을 지지한다. 현재 공화당 유권자의 약 12%가 페일린을 밀고 있다.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트 롬니 등에 이어 2, 3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독설의 여왕' 페일린의 인기가 언제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처럼 한순간에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한술 거들었다. "페일린이 대선에 출마하면 공화당은 물론이고 미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전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또 2008년 선거를 떠올리며 "부통령 후보에 페일린만 지명하지 않았어도 오바마를 이길 가능성이 있었다"고 선거 패배 이유를 페일린에 돌렸다. 맥케인이 페일린을 지명함에 따라 그녀의 전국 지명도는 급속히 상승했고 결국 지금과 같은 선거 판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그의 지적이다.
백악관 재임 시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아직도 남아 새벽 4, 5시면 일어난다는 부시 전 대통령은 "부인 로라가 만들어준 커피를 마시고 이른 아침 자전거 하이킹 운동을 나간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가장 전통적인 미국의 남성상이라 할 수 있는 부시가 페일린처럼 이리 저리 튀는 언행을 하는 여성 정치인을 좋아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페일린은 보수적인 남성들로부터도 인기가 높아 누가 됐든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올 시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인물로 말하면 현대 정치사에서 로드햄 클린턴을 최고 여성이라 꼽을 수 있지만, 선거는 운과 때가 따라야 하므로 페일린이 당선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녀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페일린이 키운 보수 유권자 운동 '티파티(Tea Party)'의 한계이다. 티파티 보수 운동으로 페일린은 큰 인기를 얻었지만, 과연 티파티가 미국이 처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진보 행정부를 맞은 극보수 유권자들의 위기의식이 모아진 결과라는 의식이 강하다.
공화당 내에서도 페일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대선 출마 선언을 않은 채 동부 연안 버스 투어를 가는 것은 위선"이라는 '비난'에서부터 "공화당 후보로 결정되면 뭐하나. 결국 오바마와의 TV토론에서 지적 열악함을 노출시킬 것"이라는 '페일린 대선 패배 운명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근 큰 변수로 작용한 친이스라엘 유권자들이 페일린을 혐오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내년 2월 초 아이오와를 시작으로 투표가 시작되면 공화당 후보의 윤곽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