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이슈&진단> 돼지고기값에 정비례하는 '텐안먼' 긴장감
2011-05-27 13:49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 중국 국토의 젖줄인 창장(長江)중하류 지역에 50년만의 가뭄이 찾아와 농산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여기에 중국인들의 중요한 먹거리인 돼지고기와 쌀값 마저 들썩이면서 가득이나 물가고에 허덕이는 중국 경제에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산지의 생돈과 돼지고기 가격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은 지역별로 작년동기에 비해 50%에서 최고 100% 넘게 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때문에 상하이 증시에서는 농업 관련주식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횡횡하고 양돈 관련 주식은 아예 돈주고도 사기 힘든 종목이 돼 버렸다고 한다.
농산식품 가격만 오르는게 아니다. 주요생활용품 가격을 비롯해 휘발류값과 전기값 등 공공요금 가격까지 물가급등은 전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물가 주무당국인 국가발전계획위원회는 샴푸와 비누 세제 회사와 가공식품 기업들에 대해 가격인상을 자제해줄 것을 강권하고 나섰지만 이것도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문제는 주민들의 물가 피로감이 점점 임계점을 행해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사회의 비판적 여론 배출구인 인터넷에는 임금만 빼놓고는 모든 물가가 다 오르고 있다며 이대로는 못살겠다는 푸념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하소연은 직접적으로 중앙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흘러버릴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오는 6월 4일은 중국에서 텐안먼(天安門) 사태가 터진지 22주년이 되는 날이다. 중국은 매년 이 6.4기념일이 다가오면 정치 사회적으로 긴장감에 휩싸여든다. 당시 6.4사건의 직접적 동기는 정치 자유화 였지만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도 중요한 원인중 하나였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중국 정부에 있어 살인적인 물가는 인민들의 민심을 급격히 이반시킬 수 있는 가장 두려운 사안중 하나다. 특히 중국인들은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당국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트리고 나섰다.
중국에선 돼지고기가 주식인 쌀이나 밀 만큼이나 식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돼지고기 값이 오르면 주민들의 물가 불만이나 사회적 긴장감도 자연히 높아진다.
얼마전 중국에서 처음으로 고물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지도부를 긴장시켰다. 중국 장쑤(江蘇)성 수도인 난징(南京)시에 있는 전자제품회사 ‘화비채색현시계통공사’(華飛彩色顯示系統公司) 근로자 수 천명은 지난 12일 인플레에 항의해 거리시위를 벌였다고 홍콩 신문이 보도했다.
근로자 수천명은 이날 회사를 출발해 높은 물가와 높은 집값 등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면서 난징시 청사를 향해 거리시위를 벌였다. 난징시 공안당국은 15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근로자들이 시청사로 접근하는 것을 저지했으며 이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해 여러명의 근로자들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난징의 경우 식료품 가격이 작년에 비해 무려 9.7%나 폭등하는 등 생활물가가 치솟자 주민들이 정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거리 시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6.4텐안먼 사태 22주년을 채 한달도 안남겨 놓고 발생한 것이어서 특히 당국을 긴장케 했다.
가뜩이나 올해는 재스민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중동일대의 민주화 바람이 중국에 영향을 미치는게 아니냐하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6.4전야의 중국 정가에 우려를 끼치고 있다. 서방의 일부 인사들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주민 소득 증대로 정치 자유화에 대한 욕구가 점증하고 있다며 중국에서도 얼마든지 ‘재스민 혁명’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6.4 텐안먼 사건 22주년을 열흘정도 앞둔 지난 26일 장시성(江西省) 푸저우시(撫州)에서는 정부기관에 원한을 품은 현지 농민이 공기관 청사에 대해 폭발물 테러를 가해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상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둘어서는 관료 부정부패와 지방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항의하는 개인및 집단차원의 시위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증국 정부 당국은 치솟는 물가와 관료사회및 정부에 대한 각종 불만형 시위의 근원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개선 및 부정부패 척결, 각종 민원해결을 위해 힘을 쓰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그리 녹녹치 않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