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SNS 시대의 폭력
2011-05-25 16:43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상상 속의 동물 '불가사리'는 심심해서 만들어진 밥풀 인형이다.
불가사리는 자라면서 쇠란 쇠는 전부 먹어치우고 점차 커져 사람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됐다.
한 여성 방송인은 답답해서 글을 하나 썼다.
이 글은 하나둘씩 사람들을 거치며 재생산됐고, 급기야 통제 불가능한 괴물로 변해버렸다.
이 괴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통제할 수 없게 된 SNS가 한 30대 여성 방송인을 자살로 내몰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위터, 미니홈피 등을 통해 공개된 개인의 사생활 노출과 근거없는 소문의 확대 재생산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SNS는 인간관계를 확장시키는 한편 사람들의 정보와 지혜를 나누는 곳이다.
때론 사회 변혁을 촉진하는 매개체로까지 발전한다.
무바라크 정권을 30년 만에 무너뜨린 이집트 시민혁명을 비롯해 리비아·쿠웨이트·바레인 등 중동국가들을 거쳐 중국 정권까지 위협한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전파한 매체가 바로 SNS다.
하지만 이 같은 SNS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영국 축구스타 라이언 긱스의 불륜사실은 법원의 보도금지 처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SNS가 법원의 명령을 무력화한 꼴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SNS를 통해 또 다른 마녀사냥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 인터넷 게시판과 트위터 등지에는 고인이 된 여성 방송인에 대한 애도와 함께 스캔들 상대로 지목된 한 프로야구 선수에 대한 비난으로 넘쳐난다.
이 선수의 미니홈피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과 과격하고 잔인한 폭력성을 띤 말들이 여기저기 넘쳐난다.
고인이 된 여성 방송인이 SNS 등을 통한 인터넷 폭력의 피해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인터넷 공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인터넷의 익명성에 숨어들어 고귀한 생명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만드는 폭력은 SNS 시대의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