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정유사 사장단 모임, 현대·SK 밀담… GS는 외면

2011-05-25 15:48
담합조사 리니언시 소문 퍼져 껄끄러운 대면

25일 석유협회 총회가 열려 정유사 사장단이 한자리에 모였다. 원탁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허진수 GS칼텍스 사장, 박봉균 SK에너지 사장, 오강현 석유협회 회장,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 등을 보이고 있는 사람이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S-OIL 사장이다.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정유사 사장단이 껄끄러운 대면을 했다.

공정위의 담합조사가 리니언시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유사간 사이가 벌어진 가운데 사장단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리니언시는 담합조사에서 우선적으로 자진신고를 한 업체에 대해 과징금을 면제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와 관련 업계는 GS칼텍스가 리니언시를 했을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 25일 석유협회 총회 장소인 신라호텔에 들어서는 정유사 사장들은 미묘한 풍경을 자아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호텔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이다. 1층 로비에 도착한 권 사장은 회장이 마련된 23층으로 올라가지 않고 로비 근처 카페에서 대기했다. 

이후 곧바로 박봉균 SK에너지 사장이 도착해 권 사장을 대면했다. 두 사람은 총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

그 사이 허진수 GS칼텍스 사장이 도착했다. 그러나 허 사장은 두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 곧바로 23층으로 올라갔다. 리니언시가 사실이라면 회의석상이 아닌 개인적으로 만나는 게 껄끄러웠을 수도 있다.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S-OIL 사장은 총회 시작 시간인 오전 11시를 조금 넘겨 가장 늦게 도착했다.

이날 총회는 오강현 전 석유협회장을 대신해 박종웅 신임 회장을 선임하는 것이 주된 안건이었지만 같은 날 진행된 공정위의 담합 관련 전원회의 때문에 촉각은 담합심사에 집중됐다.

회장으로 이동하던 권 사장은 “담합 얘기는 회의석상에서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박 사장과 그와 관련된 밀담을 나눴을 것으로 추측된다. 허 사장은 “공정위 발표가 나온 다음 얘기하겠다”며 입을 굳게 닫은 채 바쁘게 회장으로 올라갔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는 시작 전에 잠깐 동안만 기자들에게 문을 개방했다. 그 사이 사장단은 공정위 심사 건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최근 유가 동향에 대해서만 한마디씩 했다.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S-OIL 사장은 “고유가는 수요증가로 인한 가격 인상이 아닌 지정학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점차 유가가 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봉균 SK에너지 사장은 이에 대해 “실제 최근 휘발유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거들면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갑 사장은 “유가가 오르면 국민경제가 걱정이고 떨어지면 회사의 손해가 걱정”이라며 “에너지 소비를 줄여나가는 게 급선무”라고 언급했다.

허진수 사장도 “습관적으로 기름을 덜 쓰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임기를 마친 오강현 회장은 “오늘로 그만 두지만 그동안 석유산업이 국민산업, 국민경제, 에너지안정과 안보에 많은 기여를 했는데 그런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며 “유가 안정화와 에너지 절약, 효율 향상 등에 기여하고 있는 업계가 제대로 평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전원회의를 열고 정유사 원적지 관리 담합 심사에 대한 최종 과징금 규모를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60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