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서민 가계살림 더욱 팍팍해진다
2011-05-23 16:21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올 상반기 물가상승세를 주도했던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유가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오는 하반기 정부의 물가 관리는 말그대로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상하수도 요금·가스비·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돼 있고, 물가 가중치가 가장 큰 개인서비스 가격까지 오르면서 서민 가계살림은 더욱 팍팍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지난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4.1%까지 상향 조정하면서, 사실상 정부도 이제 물가상승률 수정 여부가 아닌 '조정 폭'을 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우선 하반기 물가에 있어 가장 큰 이슈는 공공요금 인상이다.
정부는 그동안 묶어뒀던 공공요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전기요금부터 손대기로 했다. 전기를 공급하는 한국전력은 현재 전기요금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폭을 16%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유가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원가보상률(전력공급 및 투자보수 비용을 합한 개념)의 올해 추정치가 86%까지 내려간 만큼 이를 100%로 정상화하려면 16.2%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당장 오는 7월부터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힌 만큼 서민들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른 공공요금에 비해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인플레 기대 심리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은 이미 이번달부터 평균 4.8% 오른 상태고, 서울시는 지하철 기본요금을 1200~1300원 수준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하수도 요금도 서울시는 상수도 요금을 최고 17%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부산과 대전을 포함한 지자체들도 요금 인상이 예고돼 있다.
특히 개인서비스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3.3%로 2년2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물가상승세는 개인서비스와 가공식품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는 설렁탕과 자장면 등 서민들이 즐겨먹는 외식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또 콘도와 골프장 이용료, 국제 항공료, 해외 단체여행비 등 여행레저 분야 상승률이 두드러져 여름철 휴가를 앞둔 직장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설탕과 고추장 등 조미료 가격과 두부, 당면, 카레 등의 가격도 크게 올라 먹거리 물가 부담이 농축수산물에서 가공식품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올 1분기 가계소득 가운데 비소비지출(재산세·소득세·자동차세 등 세금과 건강보험료·국민연금·이자비용 등 경직성 비용)이 19.09%를 차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소비지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이 줄면서 살림살이가 빡빡해진다는 뜻이다. 근로자의 월급에서 사전 공제되는 부분이 커져 실제 수령액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3% 수준 물가상승률을 하반기 경제전망 때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재정부는 통신요금TF 결과를 금명간 발표하고, 구체적인 통신요금 인하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임종룡 차관은 이날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실질적인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문자메시지, 데이터양 등을 이용자가 직접 정할 수 있는 '선택적 요금제'를 출시하겠다"며 "오는 하반기 재판매 사업자 제도를 활성화해 신규 사업자 진입을 통한 통신산업 요금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