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물가 안정세에 역효과 부나

2011-05-23 16:09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하룻새 20원 가까이 치솟으면서 다소간 진정기미를 보이던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스 재정위기 등 대외불안정성이 단시간에 해결될 수 없는 가운데 정부가 물가대책으로 ‘환율’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어 수입상품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1원 오른 1097.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상승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그리스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독일이 그리스 채무조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유로존 재정불안이 다시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외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원화 등 위험자산보다도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도가 확산되고 있는 것.

아시아 환시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41달러를 하회하는 등 하락세를 나타냈으며, 코스피지수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들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2.5% 넘게 폭락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수입물가(원화 기준)는 전년 동기 대비 19% 상승했다. 지난해 12월(12.7%) 이후 6개월째 10%대의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3월에 비해서는 0.7% 올라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원화가치의 상승으로 오름세는 전월 대비 3.5%에서 0.7%, 전년 동기 대비 19.6%에서 19.0%로 둔화됐다. 그러나 환율이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하반기 물가안정도 장담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는 1월 4.1%, 2월 4.5%, 3월 4.7%, 4월 4.2%로 넉달 연속 4% 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국제유가의 4배에 달할 정도로 크다”며 “또 수입물가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파급속도도 물가변수 중 빠른 편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수입물가를 철저히 관리해야 하고, 정부나 중앙은행이 환율하락을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물가대책으로 ‘환율’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물가안정 대책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결국 환율정책에 손을 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