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강남 재건축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 상실이 가장 큰 요인"

2011-05-23 16:00
3.22대책 이후 강남4구 재건축 시가총액 8872억원 증발<br/>보금자리지구 발표된 강동구는 한 주 만에 0.21% 하락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거래 실종 속에 가격이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집값 상승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대책은 물론 잇단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사업시행인가·지구단위계획 통과 등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줄고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 114가 최근 발표한 ‘2011년 2분기 주택거래소비자인식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0.4로 1분기(133.8)보다 13.4포인트 하락했다. 가격전망지수의 하락은 곧 집값 상승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전 분기에 비해 부정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집값 상승은 커녕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추가적인 집값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정부가 내놓은 ‘3·22 부동산대책’ 이후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권 4개 구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은 두 달만에 약 8872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강동구 시가총액이 12조8511억원에서 12조5607억원으로 2904억원 감소했고, 송파구와 강남구도 각각 2894억원, 2400억원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1번지 조민이 팀장은 “재건축단지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는 반드시 집값 상승의 가능성이 있어야 생긴다”며 “현재 그런 기대감이 수요자 사이에 전혀 생기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강남권 재건축단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매시장에서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수난을 겪고 있다. 부동산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4월 강남구 아파트 평균 경매 낙찰가율은 79.8%로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80% 밑으로 떨어졌다.

추가 분담금 등을 고려하면 재건축아파트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덕동 G공인 관계자는 “고덕시영아파트는 사업시행인가라는 호재에도 예상과 다르게 가격이 떨어지니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다”며 “주택시장이 얼마나 얼어붙으면 이럴까 싶다”고 걱정했다.

개포동 W공인 관계자도 “지구단위계획 통과 효과는 딱 열흘이었다”며 “급매물 나오는 것 말고는 거래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준강남권’인 고덕·강일3, 강일4지구가 5차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된 것도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5차 보금자리지구가 발표된 지난 주 서울 강동구 아파트 시세는 전 주보다 0.21% 하락했고, 강남구와 서초구도 전주보다 각각 -0.15%, -0.06% 떨어졌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선다는 소식만으로도 집값이 떨어진 것이다.

특히 5차 보금자리주택 지정으로 인해 ‘강남권 내 집 마련’ 준비 수요자가 늘면서 매매 관망세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아예 매매시점을 늦추고 전세에 눌러앉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매수 대기자'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 팀장은 “5차 보금자리지구 지정으로 인근에 보금자리주택 물량이 공급되는 강동구의 경우 재건축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