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김정일 중국 방문 목적…개혁개방 청사진 그렸나?

2011-05-22 21:16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한 목적은 개혁개방을 통한 중국의 발전상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밝혔다.

이에 따라 북중 경협이라는 실체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원 총리는 "우리(중국)의 발전상황을 이해해 자신들(북한)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에서 초청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아직 중국에 머물러 있는 기간에, 그것도 중국 수뇌부가 직접 방중 사실을 공개하고 초청 이유까지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이번 방중은 김 위원장의 일곱번째 방문이지만, 이전부터 중국은 매번 북한을 개혁개방쪽으로 유도하려고 해왔다.

2000년 5월, 첫 방중때는 북한이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이라고 불리는 경제적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중국은 다소 조심스럽게 개혁개방을 권유했다.

중국은 당시 베이징의 첨단 IT 밀집지역인 중관춘과 컴퓨터기업인 렌샹그룹으로 김 위원장을 안내하는 수준이었다.

두번째 방중때는 강도를 좀 더 높였다.

2001년 1월, 상하이(上海)로 김 위원장을 초대해 금융ㆍ정보통신산업의 심장인 푸둥지구를 관람케 했다.

김 위원장에게 증권거래소, 소프트웨어, 인간게놈 연구센터 등의 첨단시설을 보여줬다. 당시 김 위원장은 "천지개벽했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세번째 방중인 2004년 4월 19∼21일에는 톈진(天津)으로 안내해 역동하는 산업현장을 보여줬다. 이후 2006년 1월 네번째 방중에서는 개혁개방 신천지로 불리는 광둥성 광저우ㆍ선전ㆍ주하이, 그리고 후베이성 우한ㆍ우창을 소개했다.

중국의 개혁개방 유도 행보는 지난해 두차례 방중을 통해서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전 4차례가 남부의 신천지 관람에 집중됐다면 지난해 5월과 8월에는 각각 단둥(丹東)-다롄(大連)-천진-베이징, 지안(集安)-지린(吉林)-창춘(長春)-하얼빈(哈爾濱)-무단장(牧丹江)-투먼(圖們)으로 안내했다.

이에 따라 현재 북한과 중국 간에 논의가 이뤄지는 장춘-지린-투먼을 거점으로 '창ㆍ지ㆍ투(長吉圖) 계획'과 관련해 모종의 성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동북 3성 거점을 모두 방문하면서 북중 경협의 실질적인 계약체결로 이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에 양저우를 간다면 근처에 위치한 난징(南京)과 상하이 방문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개혁개방의 청사진을 구체화할 수도 있다는 것.

아울러 지난해 5월과 8월에 방중했던 김 위원장이 불과 9개월 만에 다시 방중 초청에 응한 것은 뭔가 '결단'을 앞둔 행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