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 ‘아리랑'은

2011-05-22 12:02

제6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은 ‘아리랑’은 김기덕 감독의 복잡한 심경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욕설이 난무하는 날 것 그대로의 강렬한 언어, 권총을 직접 만들어 상대방을 죽이러 가는 잔혹한 행위까지, 영화는 한 인물의 격렬한 감정 속으로 파고든다.

‘제의’(祭儀)와 같은 한풀이를 하고 난 후 영화의 주인공인 김기덕 감독은 영화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을 다짐한다. “레디 액션”이라는 말과 함께.

머리가 긴 50대 남자가 텐트 문을 열고 나온다. 개울가로 가 세안을 하고 다시 돌아와 식사한다. 가끔 간식으로 밤을 까먹는다. 고적한 산골마을로 찾아오는 이는 한 명도 없다. 오로지 도둑고양이만이 유일한 친구인 양 가끔 그의 오두막에 들를 뿐이다.
영화는 시작 후 십여 분간 대사가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 내리기, 세안하기, 밥하기 등 한 남자의 일상을 묵묵히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길고 긴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 남자의 입에서는 속사포와 같은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이 쏟아진다. 그 말 속에는 회한과 증오, 그리고 자기 모멸감 같은 어두운 삶의 조각들이 무질서하게 뒤섞여 있다.
‘아리랑’은 다큐멘터리인지 드라마인지 판타지인지 장르가 불분명한 영화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 또 다른 자아, 자신의 그림자,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는 감독 등 1인 3역을 소화했다.
황량하고 쓸쓸한 삶의 터전인 오두막과 함께 영화를 구성하는 것은 그의 거친 육성, 배신한 인간들에 대한 상처로 뒤범벅된 언어다.
“사람이 오면 가는 날도 있는 거야. 널 존경한다고 찾아와서 너를 경멸하며 떠날 수도 있는 거야. 우정을 끝까지 선택하는 사람은 없어”라는 한탄부터 “배신자들, 쓰레기들” 같은 심장을 옥죄는 거친 언어들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영화의 정서는 파괴적이다. 김기덕 감독에게 세상은 너무나 적의에 차있고, 쌀쌀맞다. 그런 세상에 대해 김 감독은 에두르지 않고 거친 언어로 직공한다. “나는 외로움”이라는 다소 부끄러운 고백도 서슴지 않는다.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 순간, 김 감독의 마음에 인 분노의 격랑은 자신을 넘어 관객에게까지 전이된다.

영화는 이처럼 한동안 왜 영화를 만들 수 없었는지를 스스로 자문하고 영화를 통해 자신이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촬영부터 편집, 연기까지 김기덕 감독이 모든 과정을 도맡아 해 “작가주의적인 태도를 견지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장훈 감독에 대한 실명 비판과 함께 영화계와 정부에 대한 비판 등으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제하지 않은 언어들과 급작스럽고 예측불가능하며 서슴없는 주인공의 행동이 보는 내내 불편함을 줄 수도 있고, 작가주의적인 태도에 공감이 갈 수도 있는 엇갈릴만한 반응이 예상되는 문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