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대전 대덕단지로 간다…7년 5조2000억원 투입
2011-05-16 16:17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초대형 국책 과학기술 프로젝트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가 대전 대덕지구를 중심으로 조성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6일 이주호 장관을 위원장으로 한 과학벨트위원회가 이날 오전 9시부터 회의를 열어 과학벨트 거점지구 입지로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단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거점기구 대덕단지는 평가지표가운데 ‘연구기반 구축·집적도(연구개발 투자 정도, 연구인력 확보 정도, 연구 시설·장비 확보 정도, 연구성과의 양적·질적 우수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대덕단지에는 과학벨트의 핵심요소인 기초과학연구원 본원과 대형실험시설인 중이온가속기가 들어서게 된다.
거점지구를 산업·금융·교육·연구 등의 측면에서 뒷받침할 기능지구로는 대덕단지와 인접한 청원(오송·오창)·연기(세종시)·천안 등이 선정됐다.
과학벨트 기능지구의 경우 거점지구 후보지로 거론되지 않았거나, 후보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탈락한 시·군이라도 제한 없이 선정될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소속 50개 연구단 가운데 절반가량은 원칙대로 거점지구(대덕단지)에, 나머지는 최종 5개 후보지에 들었다가 탈락한 광주·경북권(대구·포항·울산)에 집중 배치된다.
본원 외 연구단(사이트랩)의 상당수가 이 지역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포스텍(포항공대), 울산과기대(UNIST) 등을 포스트로 들어설 전망이다.
과학벨트 조성에 필요한 전체 예산 규모는 지난 2009년 정부가 마련한 과학벨트 종합계획안의 3조5000억원보다 1조7000억원이상 늘어난 5조2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 가운데 3조5000억원은 거점지구인 대전에, 나머지는 광주·경북권 등 다른 지역에 배분될 예정이다.
◆ 한국 과학 도약 이끌 과학벨트
‘창조적 연구환경 조성을 통해 세계적 두뇌가 모이고, 기초과학과 비즈니스가 융합된 국가성장네트워크.’
지난 2009년 정부가 마련한 ‘과학벨트 종합계획’에 기술된 과학벨트의 개념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우리나라의 과학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평가되는 과학계의 숙원 사업이다.
정부는 향후 7년간 3조5000억 원을 투입, 과학벨트를 과학과 문화가 융합된 국제도시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선진국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원과 대형연구시설인 중이온가속기를 짓고 중대형·융복합 기초과학연구를 진행한다.
과학·문화·예술이 함께 숨쉬는 국제적 정주 환경도 갖춰 세계적 석학들까지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연구 성과와 비즈니스를 연계,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효과도 기대된다.
◆ 어떻게 진행되나.
과학벨트가 대전 대덕연구단지로 결정됨에 따라 부지 비용을 뺀 사업비가 5조2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가 비로소 본 궤도에 올랐다.
거점·기능지구 부지와 기초과학연구원의 형태는 사회·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부분인 동시에 과학벨트의 뼈대와 같다.
우선 두 기반이 놓여져야 그 위에 과학벨트 구상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앞으로 연말까지 보다 구체적으로 거점·기능지구 위치 및 면적,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운영, 중이온 가속기 구축, 비즈니스 환경 및 국제적 생활환경 조성 등과 관련된 세부 사항을 정해 ‘과학벨트 기본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기본계획이 심의·확정되면 곧바로 국토해양부는 공간조성 계획, 개발 계획, 사업시행자 등을 덧붙여 과학벨트 거점·기능지구를 최종 지정, 고시한다.
내년부터 각 관련 부처들은 이 기본계획에 따라 시행계획을 수립, 본격 사업 추진에 들어간다.
과학벨트의 두 핵심요소인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건설을 위한 실무 작업도 진행된다.
정부는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위원을 중심으로 올해 연말까지 기초과학연구원의 정관 및 운영규정(직제·인사·급여·회계 등)을 정하고 원장 임원을 선임하는 등 연구원 설계에 착수한다.
건물완공 전이라도 연구원은 오는 12월께 우선 문을 열고, 5개 정도의 연구단을 발족시켜 운영에 들어간다.
연구원 소속 연구단 수는 50개, 전체 연구원의 인력은 최대 3000명(연구인력 2500명), 연간 예산도 최대 6500억원 규모까지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지난 2월 개념설계가 완성된 중이온가속기의 경우 오는 11월까지 예비 상세설계를 마치고 곧바로 상세설계를 진행한다.
중이온가속기 건설에는 6년 동안 약 4600억원이 투입되며 운영비만 연간 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완공은 2018년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과학벨트 핵심…중이온 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과학벨트 핵심은 중이온 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이다.
중이온 가속기는 과학벨트 지하 10미터 깊이에 설치되는 대형 실험시설로, 한 나라의 과학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장비로 꼽힌다.
중이온을 빠른 속도로 다른 물질과 충돌시켜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원소를 만드는 장치다.
세계 가속기 가운데 유일하게 원형과 선형 가속기를 이어 배치할 예정이다.
중이온가속기 건설에는 6년 동안 약 4600억원이 투입되고 운영비만 연간 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완공은 2018년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이온 가속기는 생명과학과 신소재 개발,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발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연구 테마 별로 독립적인 50개 연구단으로 운영되는데, 전체 인원만도 최대 3000명에 달한다.
특히 과학벨트의 취지에 맞게 외국인 연구자 비율을 30%까지 높이고, 우수한 젊은 연구자들도 적극 참여시킨다는 게 운영 방침이다.
과학벨트의 거점지구에는 이 두 시설과 함께 첨단 산업단지도 조성된다.
생명공학·정보통신·환경·나노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할 지식기반 산업과 기업이 이 산업단지에 입주한다.
여기에 국내외 우수한 교육기관을 유치하고, 과학벨트 종사자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거점도시도 조성할 예정이다.
◆ 노벨상 도전
과학계는 이번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특히 중이온 가속기의 설치로 우리나라가 노벨상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기초과학연구원 본원과 함께 과학벨트 거점지구에 들어설 중이온가속기는 국제적 연구 네트워크 구축과 우수 인력 유치의 구심점이다.
가속기는 기존 과학기술의 한계를 넘는 ‘프런티어 연구’에 꼭 필요한 장비로, 역대 노벨 물리학상 수상 연구의 20%가 이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중이온가속기는 원소번호 1, 2번인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의 이온(중이온)을 가속하는 장치를 말한다.
빛에 가까운 속도에 이른 이온이 표적과 부딪히면 희귀한 동위원소(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원소)를 얻을 수 있다.
최근 완성된 과학벨트기획단의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KoRIA)는 원형 및 선형 두 개의 가속기가 연결된 형태가 될 전망이다.
KoRIA는 1.08㎢(약 32만평) 부지에 지름 10m의 원형가속기(사이클로트론)와 길이 약 700m의 선형가속기로 구성된다. 원형 및 선형 가속기는 모두 지하 약 10m 깊이에 설치된다.
특히 세계 가속기 가운데 유일하게 원형과 선형을 이어, 원형가속기에서 생성된 희귀 동위원소를 다시 선형가속기에서 충돌시키면 또 다른 희귀 동위원소를 얻을 수 있게 설계된다.
원형가속기는 70㎾(이온빔의 세기)로 양성자를 가속하고, 선형의 경우 400㎾ 출력으로 우라늄 같은 중이온을 가속한다. 이처럼 원소번호 1번 수소의 양성자부터 원소번호 92번의 우라늄까지 원소 주기율표상 모든 이온을 가속할 수 있는 것도 KoRIA의 장점이다.
◆ 첨단 산업단지, 글로벌 정주환경 조성
과학벨트 거점지구에는 자족적 성장을 위해 첨단 산업단지도 조성된다.
특히 생명공학(BT)·정보통신(IT)·환경(BT)·나노(NT) 기술 등 연구·개발(R&D) 중심의 지식기반 산업과 기업을 집중 유치한다.
과학고·자율형 사립고, 국내 우수 대학, 외국대학 분교, 산학연 연계대학원 등 수준 높은 교육환경도 갖춰 기업과 인력의 유입을 뒷받침한다.
해외 우수 인력이 장기간 체류할 수 있도록 글로벌 정주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과학벨트 성패의 주요 관건이다. 이를 위해 새 외국인학교를 짓거나 해당 지역 기존 외국인학교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외국인에게 주택을 특별공급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과학벨트 거점도시는 과학자·연구자·기업 등 지식창조 주체들이 유비쿼터스 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정보를 주고받는 첨단정보도시(U-City)인 동시에, 친환경 교통수단과 함께 신재생에너지의 테스트 베드(시험대)로서 저탄소·녹색도시의 면모를 갖출 예정이다.
또 과학문화카페·미술관·박물관·전문공연시설 등 국제적 수준의 문화예술 공간도 함께 갖춰 과학자·예술가·기업가들의 창의적인 발상과 소통을 유도한다.
◆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일지
▲2005년 = 과학·인문·예술계 학자 그룹 ‘랑콩트르(Rencontre;만남)’, ‘세계 일류 과학자들이 모여 토론 연구하는 과학과 예술이 결합된 공간’ 제안
▲2006년 4월 = ‘은하수 프로젝트(Milkyway Project)’ 이명박 서울 시장 보고
▲2006년 9월 = 사단법인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은하도시 포럼 창립 총회
▲2007년 8월 = 이명박 후보 한나라당 공식 후보 선정
▲2007년 9월 = 한나라당 일류국가비전위원회 과학기술분과위원회 과학기술분야 대표 공약으로 ‘국제과학기업도시’ 제시
▲2007년 11월 = 한나라당 일류국가비전위원회 과학기술분과위원회 과학기술분야 대표 공약으로 ‘국제과학기업도시’ 제시
▲2007년 12월 = 한나라당 공약집 ‘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 50P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언급
▲2007년 12월 =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인수위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T/F 팀’ 설치
▲2008년 2월 = 인수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보고서 제출
▲2008년 10월 = 교과부, 지경부, 국토해양부 등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지원단 출범
▲2008년 10~12월 = 추진단, 의견 수렴 위해 중이온가속기 관련 토론회 2회, 정부출연연구소 기관장 등 간담회 및 전문가 세미나 10회, 종합계획 공청회 2회 개최
▲2009년 1월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본회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 심의·확정
▲2009년 2월 = 정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안) 국회에 제출
▲2009년 9월 = 정운찬 총리, 세종시 정부청사 이전 반대 표명
▲2010년 1월 = 정부, 세종시 개념을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변경 발표(수정안 핵심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2010년 6월 =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
▲2010년 12월 =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2011년 4월7일 =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 출범. 본격 논의 시작.
▲2011년 5월16일 = 과학벨트위원회 전체회의 소집, 최종 입지로 대전 대덕지구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