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시대' 다시 오나

2011-05-15 18:14
달러화 가치 리먼사태 이후 50% 추락<br/>신흥국 금 비중 늘려…"금본위제 신호탄"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2차대전 이후 60년 넘게 유일한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누려온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새로운 통화체계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시행한 대규모 통화부양 조치가 달러화 약세의 배경이 됐다. 대규모 부양은 미국 정부의 재정악화로 이어져 달러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한계에 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리먼사태가 터진 2008년 9월 이후 지난 주말까지 50% 가까이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달러화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보유 외환 운용의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 시대를 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중앙은행들이 달러화 보유 비중을 낮추고 금 보유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 속에서 세계 경제의 금본위제(골드스탠더드) 회귀 가능성을 점치고 있기도 하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5월 현재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은 2만7240t으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11.1%에 달한다. 이는 2008년 9.1%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WGC는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들이 주로 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09년 4월 454t을 매입했고, 러시아는 2009년 87.1t에 이어 2010년 60.9t, 올 들어 22.5t을 더 사들였다. 인도도 2009년 11월 200t을 금고에 채워넣었다. 이로써 중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금 비중은 2008년 말 0.85%에서 지난해 말 1.63%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고, 러시아와 인도도 2년 새 금 보유 비중을 3.41%에서 7.44%, 3.89%에서 8.39%로 각각 확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신흥국들이 금을 대거 매입하고 있는 것은 달러화가 지배했던 한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2009년 중앙은행들이 내다 판 금은 전년보다 82% 줄어든 41t으로 최근 20년새 가장 적었다. 중앙은행들은 이듬해인 지난해 22년만에 처음으로 금을 순매입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들이는 사이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도 규모를 크게 줄인 결과라고 FT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