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 원전 냉각수 투입 오바마에게 보고

2011-05-15 13:33

(아주경제 이가영 기자) 지난 3월 17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와 사용후 연료 냉각을 위해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냉각수를 투하한 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미국은 일본 정부에 방사성 물질의 대량 유출 사고 수습을 위한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일본에 주재하는 자국민에게 강제 대피 명령을 내리겠다고 압박하자 일본 정부는 미국에 뭔가 보여줘야 할 필요성에 몰렸다.

미국이 자국민에게 대피령을 내리면 국제사회의 동요는 걷잡을 수 없게 커진다. 이같은 배경에서 결정된 것이 헬리콥터를 통한 냉각수 투입이었다.

그러나 간 정부는 당시 헬리콥터 방수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지만 일본이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미일 정상의 전화회담 약 30분 전 헬리콥터를 동원해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의 상공에서 7.5t의 물을 뿌렸고 이 사실을 간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에서 바로 보고했다.

이로부터 18시간 후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의 일본 대사관을 방문해 조문을 했고, 미군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피해지역을 지원하는 도모다치(친구) 작전이 전개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22일에 미군 지도부와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참여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대처를 위한 일미협의'를 발족했다.

또한 민물 냉각수 주입, 수소 폭발을 막기 위한 격납용기 내 질소 주입, 원자로 내 핵연료 냉각을 위한 수관(水棺)작업 등 미국 측의 조언이 대부분 수용됐다.

도쿄전력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후쿠시마 제1원전 냉각 정상황 로드맵(일정표) 내용에도 미국의 주장이 반영됐으며, 발표 2시간 전 당시 도쿄를 방문하고 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전달됐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원전 사고가 터진 뒤 우왕좌왕하던 일본의 초동 대응에 불안을 느껴 사태 수습에 개입하기 시작했고 주도했다.